‘56번 환자’ 이웃 주민들 “방역이유 쉬쉬…너무 놀라 밥도 안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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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2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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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56번째 확진자(75·남)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부암동은 평소 외부인의 왕래가 적고 주민들이 주로 오가는 비교적 조용한 주택가이다.

주민들은 전날 방역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는 했지만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면서, 확진자가 인근에 거주했다는 사실에 놀라거나 주민들에게 사전고지가 없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56번 환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부암동의 한 빌라 주민들은 전날(19일) 오전과 오후에 방역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온 50대 남성 주민은 “어제 오전 11시30분쯤 방호복을 입은 네 명의 직원이 왔었다”며 “방역을 하러 온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대답을 하지 않아서, 무엇 때문에 방역을 하는 것이냐고 다시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자진신고를 한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확진자) 동선과 겹쳐서 역추적해서 나왔다고 이야기하더라”라며 “망신거리도 아니고, 얘기를 하면 되는데 쉬쉬하니 화가 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염병은 국가에서 막는다고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주민 협조를 얻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마스크를 쓰고 귀가하던 주민 정모씨(59·남)는 “어제 오후 4시쯤 강아지 산책을 시키러 나왔다가 방역을 하는 모습을 봤다”며 “오늘 아침에 부암동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되니 딸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자꾸 연락이 오더라”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70대 남성 주민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어린 눈빛으로 마스크를 고쳐썼다. 또 다른 주민 고모씨(77·남) 역시 깜짝 놀라며 환자의 소식을 기자에게 물었다.

맞은편 빌라에 사는 주민 윤모씨(31·여)는 이 빌라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암동이라고 해서 그냥 근처이겠거니 했는데 사진을 보니 바로 앞이라 깜짝 놀랐다”라며 “쓰레기를 버릴 때 왔다갔다하면서 마주쳤을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윤씨는 “고령층이 많이 사는 동네라서 안그래도 걱정했었다”라며 “평소에도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오늘은 유독 골목에 사람이 더 없는 것 같은데, 이동경로가 발표되면 봐야겠다”고 말을 이었다.

주민들뿐 아니라 근처 지역 상인들도 고요하던 부암동에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사실에 놀라거나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부암동 주민센터 근처 편의점 직원은 “한 손님이 ‘부암동에 확진자가 나왔는데 왜 마스크를 끼지 않았느냐’고 알려줘서 일을 하던 중 마스크를 샀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모씨(60·여)는 “그동안은 단골손님을 상대하니까 마스크를 하지 않고 일했다”며 “(확진자 소식에) 친척들이 전화와서 ‘마스크를 끼고 일하라’고 걱정을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노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고, 노인들이 주로 낮 시간에 병원을 가거나 산책을 한다”며 “그런데 오늘은 날이 따뜻한데도 노인분들이 길에 다니지 않는 편이다”라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가게에 손님이 줄었다는 고민도 토로했다.

확진자 소식에 놀라 주민센터에 전화를 해봤다는 근처 가게 사장 서모씨(60·여)는 “보건소와 주민센터에서는 (확진자에 대해)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충격을 받아 식사를 할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종로구에서 56번 환자가 나오면서 종로구 확진자 수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서울 지역 누적확진자는 14명이고, 그중 종로구가 제일 많다. 56번 환자는 현재 서울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56번 환자가 지난달 말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9번 환자(82·남)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했다. 종로구 숭인동에 거주하는 29번 환자는 해외여행 이력이나 확진자 접촉 기록이 없었지만 지난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본에 따르면 56번 환자는 지난 6일부터 폐렴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해외여행 기록과 확진자 접촉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지 못하고, 종로구 적선동에 있는 한 이비인후과에 다섯 차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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