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스카 4관왕에…골목상권 상인들 미소 짓는 이유[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1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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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촬영지인 서울 마포구의 돼지슈퍼.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인 서울 마포구의 돼지슈퍼.


“아휴~ 나 인자 바빠질 것 같어~.”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다음날, 서울 마포구의 한 허름한 슈퍼마켓 아주머니는 왜 본인이 바빠질 것 같다고 예측했을까요?

“아침에도 일본여자가 와서 빼빼로 세 개 사가면서 축하한다고 하더라고. 엊그제는 스페인서도 (관광객이) 찾아왔어.”

사진 속 ‘돼지슈퍼’는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가 친구 민혁(박서준)으로부터 고액 과외 제안을 받게 되는 장소로 등장한 곳입니다. 영화에서는 ‘우리슈퍼’로 편집돼 나갔죠.

돼지슈퍼 내부.
돼지슈퍼 내부.


영화 개봉 이후 매출이 좀 늘었냐는 기자의 얄궂은 질문에 아주머니는 “(그동안은 모르겠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다.”며 소박한 기대를 하고 계셨습니다.

기택의 집으로 가는 계단.
기택의 집으로 가는 계단.


돼지슈퍼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높은 계단이 보입니다. 이곳은 기택(송강호)의 집으로 가는 동네 계단으로 나온 곳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계단 영화’로 설명하며 빈부 결차를 가파른 계단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실제로 오라가 보니 꽤나 가팔라 절로 숨이 차더군요.

영화 속 ‘피자시대’. 실제는 ‘스카이 피자’다.
영화 속 ‘피자시대’. 실제는 ‘스카이 피자’다.
봉준호 감독과 스카이 피자 사장님.
봉준호 감독과 스카이 피자 사장님.

점심시간이 됐습니다. 배가 고파 취재도 하고 피자도 먹을 겸 영화 속 ‘피자시대’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피자

주인공들이 골방에서 접던 ‘피자시대’ 박스가 보이는군요!
주인공들이 골방에서 접던 ‘피자시대’ 박스가 보이는군요!

치킨도 팝니다. 언젠가 다시 찾아와 먹겠습니다.
치킨도 팝니다. 언젠가 다시 찾아와 먹겠습니다.


실제 상호는 ‘스카이피자’입니다. 그런데 이미 취재진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피자 맛을 보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몰려드는 취재진을 상대하시느라 바쁘셨고 제가 피자 맛을 볼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박 사장네 집으로 향하는 골목. 실제 집은 전주의 한 세트장이라고 합니다.
박 사장네 집으로 향하는 골목. 실제 집은 전주의 한 세트장이라고 합니다.


근처에서 대충 설렁탕으로 점심을 때우고 마지막 장소를 찾았습니다. 성북구의 한 부촌. 기우가 박 사장네로 과외 면접을 보러 가던 길입니다. 이곳도 걸어올라가자니 꽤나 가팔랐지만 돼지슈퍼 옆 계단을 오를 때와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담벼락이 높은 으리으리한 집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들더군요. 봉준호 감독이 관객에게 주려던 메시지를 뜻하지 않게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들은 앞으로 더 붐빌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방송을 통해 ‘골목상권’을 살렸지만, 봉준호 감독은 ‘진짜골목’을 살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기생충’ 골목투어를 추천합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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