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제압 부상입힌 소방관, 국민참여재판서 벌금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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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 여부 놓고 치열한 공방… 재판부 “방어 넘어 공격 의사”

취객을 병원으로 옮기려다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119 구급대원이 국민참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방승만)는 24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구급대원 A 씨(34)에 대해 배심원 7명 중 5명이 낸 유죄 평결을 받아들여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술에 취해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는 B 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목 골절 등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9월 19일 ‘아들이 쓰러졌다’는 B 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다른 대원들과 함께 전북 정읍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 출동했다. 대원들은 B 씨에게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B 씨는 1시간 이상 떨어진 대학병원으로 보내달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때릴 듯이 달려들었다. 실랑이는 10분 이상 이어졌다. A 씨는 B 씨의 몸을 밀쳐 인근 화물차 적재함에 등이 닿게 한 채 목이 꺾일 정도로 약 20초간 눌렀다.

B 씨가 다시 A 씨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A 씨는 양팔로 B 씨의 목을 감싸 바닥에 넘어뜨린 뒤 몸에 올라타 수초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B 씨는 발목 골절 등으로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받았다.

검찰은 “단순한 방어나 대응을 넘어 공격행위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A 씨 변호인은 “B 씨는 3년간 119구급대를 25번 불렀다. 10번은 만취 상태였다”며 “B 씨가 위협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아 정당하게 방어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대응해야 할까요. 팔을 잡아도 쌍방(과실)이다. 이게 유죄 판결이 나면 동료를 때리는 주취자를 말릴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 씨를 한 차례 화물차 적재함에 밀어 짓누른 뒤에도 목덜미를 잡아 골절 등 상해를 가할 정도로 강하게 바닥에 넘어뜨린 것은 적극적인 공격의 의사로 이뤄진 행위다. 정당행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소방관#취객 제압#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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