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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금주’ 음주운전자, 2심서 감형…法 “희망메시지 전파”
동아닷컴
업데이트
2019-12-04 13:35
2019년 12월 4일 13시 35분
입력
2019-12-04 11:28
2019년 12월 4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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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뒤 도주하고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도 불응한 30대 남성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치유법원 프로그램’ 첫 대상자로, 재판부가 내건 준수사항을 3개월간 잘 이행해 감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 모 씨(34)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허 씨는 1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진로변경하는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그는 사고 뒤 피해자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2번 선고받은 허 씨에게 1심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허 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재판은 2심으로 넘어왔다.
음주운전은 점차 엄벌하는 추세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허 씨가 스스로 행동을 바꿔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도록 하는 재범방지에 목적을 뒀다. 재판부는 허 씨를 대상으로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범죄 원인이 된 행동이나 습관을 바꾸기 위해 법원이 일정기간 피고인에게 과제를 부여한 뒤 그 결과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절제력과 책임감을 키워 ‘범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상 형사재판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법원의 제시하는 사안을 준수하면 선처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사진=동아일보DB
재판부는 8월 23일 직권으로 허 씨를 풀어줬다. 허 씨에게는 3개월간 “절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과 “늦어도 오후 10시 이전에 귀가해야 한다”는 조건이 내걸렸다.
보석조건 준수 여부는 온라인으로 확인했다. 허 씨는 귀가시간과 금주 여부를 직접 말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활동보고서에 첨부해 보석으로 풀려난 날로부터 3일까지 비공개 온라인카페에 올렸다.
재판부는 “허 씨는 결국 약속을 지켰다”며 “치유법원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면 치유법원 첫 졸업자로서 우리 사회에 밝고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허 씨가 매일 활동보고서를 올렸던 비공개카페는 연구 차원에서 소중하게 활용하겠다”며 “이번 프로그램 시행 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치유법원이 정식으로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허 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과 함께 1년간 보호관찰명령을 내렸다. “가능한 한 술을 마시지 말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오후 10시까지 귀가하라”는 다소 완화된 명령을 부과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허 씨는 “3개월 금주가 어려운 일인 줄 알았지만, 어느샌가 금주가 습관이 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힘든 일이 있어도 술을 안먹고 해결하는 법을 알았고,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재판부와 피고인 모두가 열심히 참여해 프로그램이 잘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피고인에게 적절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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