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성남시 어린이집 사건? 자연스러운 일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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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3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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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경기 성남시 소재의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는 발언이 부적절했다면서도 상황, 환경 등 아동 중심의 사건 파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2일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 인터뷰에서 “발달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건 맞지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가볍게 넘기면 안돼, 과잉 행동 원인 살펴야”
이 대표는 “물론 어른들의 시선에서 경험 등이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작은 것은 아니다. 어떤 사안이든지 그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자기의 경험이나 맥락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다”며 “그것에 대해서도 봐야 하고, 또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아픈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치유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냥 애들이니까 ‘별 것 아니다’라든지, 아니면 있을 수 있는 일,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면서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동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아이들이) 문제 또는 과잉행동을 했을 때 혹시 관계에서 어려움이나 분노가 있었는지, 주의력 부족이 있었는지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한테 배웠거나 학대 피해자일 가능성도 있고, 무엇을 보고 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진단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발달과정 아니라 위기상황일 수도…아동 중심으로 파악해야”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권현정 부소장은 3일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피해 아동 측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적절하지는 않다”면서도 아동 사건의 경우 당시 상황, 환경 등을 파악해 사건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부소장은 “(아동 간 사건은) 발달 과정 중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강제성 또는 폭력적인 요소 등이 있었을 경우는 발달과정 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위기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또래 간 발생한 사건일 경우 케이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아동 간 사건이 생기면 주변 어른들이 ‘애들끼리 한 놀이 아니냐’ 또는 ‘이건 성범죄다’ 등 극단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아동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다”며 “케이스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가해 행동을 합리화 하거나, 어린 아동을 너무 재단하는 발언 등은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부소장은 아동의 경우 사건을 진술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사회에서도 사건을 쉽게 단정 짓기보다는 아동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가해 아동이 구분되는 사건일 경우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가해 아동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피해 아동을 중심으로 치유·보호 등을 해줘야 하고, 가해 아동도 아동이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가해 아동의 경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심리 치료가 필요한지 등 원인을 파악해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전문가의 일반적인 의견 인용, 죄송”
박 장관은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성남 소재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 간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의에 “발달과정에서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는데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어른이 보는 관점에서의 ‘성폭력’으로 봐서는 안 되고 사실 확인 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전문가의 일반적인 의견을 인용한 것”이라며 “피해 아동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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