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정보 공개 의무화… 정부, 과도한 채용간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깜깜이 블라인드 채용法 이어 민간기업 기밀사항까지 공개 추진
재계 “잇단 규제로 경영활동 제약”

구직자의 알 권리 확대와 임금 격차 해소 등을 목표로 정부가 이미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채용 관련 제도 개선안에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민간 기업의 채용 문제까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업별 임금조건 공개는 새로운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정부가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법’(채용절차법)과 12월에 시행할 예정인 ‘임금분포공시제’, 추진을 검토 중인 ‘채용공고 시 임금조건 공개 의무화’를 대표적인 세 가지 채용 관련 규제로 보고 있다.

정부는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근로자 특성에 따른 임금 격차를 공개하는 임금분포공시제를 12월에 시행한다.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7월 임금정보시스템을 통해 기업 특성별 임금 분포 현황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개별 기업 간 임금 격차는 아니지만 성별이나 학력 등 근로자 특성별 임금 분포가 그대로 나타나면 노사 간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중소기업은 과도한 임금 인상 압박에 내몰릴 수 있다.

고용부는 개별 기업이 채용 시 임금조건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고용부에 “채용 단계에서 본인의 임금을 알 수 없어 구직자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부는 외부 연구용역이 나오는 11월에 법 개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임금 정보는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기밀 사항인데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경영활동 제약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7월부터 시행된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각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과태료 부과 항목으로 지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도 외모나 성별에 따른 불이익을 막기 위한 직무 중심 채용 규정이 있었음에도 불필요한 규제를 또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블라인드 채용 등과 관련해 “일단 고용하면 절대로 해고하기 힘든 고용환경 속에서 깜깜이 채용을 하라는 과잉 규제”라며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뽑기 어렵게 하는 규제”라고 꼬집었다. 재계도 “채용 같은 사적 자치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은 최후 수단으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허동준 hungry@donga.com·송혜미 기자
#채용 관련 제도 개선안#재계 우려#정부 개입#블라인드 채용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