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고 권태원 소방경 영결식 거행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11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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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우리 소방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입니다. 이제 그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편안한 세상에서 행복한 걸음 걸으소서…”

11일 오전 10시 전북 부안 스포츠파크에서 부안소방서 장(葬)으로 엄수된 고(故) 권태원(52) 소방경의 영결식에서 장례위원장을 맡은 전두표 부안소방서장은 고인의 넋을 기리며 이렇게 위로했다.

이 자리에는 유족과 정문호 소방청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마재윤 전북소방본부장을 비롯해 소방서 직원, 의무소방대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영전에는 고인이 더는 입을 수 없는 정복과 모자가 놓였다. 옆에는 1계급 특진 추서와 공로장이 차례로 세워졌다.

영결식은 운구 행렬이 입장한 뒤 고인의 약력 보고로 시작해 1계급 특진 추서, 공로장 봉정, 영결사, 조사, 대통령 조전,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전두표 서장은 “늘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방을 빛내던 당신을 이렇게 떠나보낼 줄 몰랐다”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동료를 사랑했던 당신이었기에 지금 더욱 생각이 난다.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 참으로 비통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우리 소방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며 “남아있는 우리가 당신의 뜻을 이어받아 더욱 안전하고 안심한 세상을 만들도록 하겠다. 부디 그곳에서 평안과 행복만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동료 대표로 나선 김윤경 부안 119센터 안전소방장은 “모든 이에게 인자함과 따뜻함을 베풀었던 팀장님이시기에 지금 당신이 떠나고 없는 빈자리는 더없는 공허함만이 가득하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어 나갔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이 되겠다던 평소 뜻대로 팀장님은 자랑스런 소방인으로 떠나셨다”면서 “두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앞으로도 해야할 수많은 일들을 남겨놓고 이렇게 홀연히 떠나실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일 평소 좋아하시는 달콤한 복숭아가 드시고 싶다던 팀장님의 마지막 말씀에 이제 연분홍 복숭아꽃만 보아도 당신이 그리워 목이 멜 것 같다”면서 “비통한 심정으로 당신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김 소방장이 눈물을 삼키자 장내에선 영결식에 참석한 동료 소방관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김 소방정은 “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지켜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면서 “우리는 당신의 숭고하고도 고결한 소방 정신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 당신 몫까지 열심히 하며 평생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마무리했다.

전북도는 이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권 소방경에게 이날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 안전을 위해 현장을 지키느라 눈물조차 마음껏 흘리지 못하는 소방대원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며 “소방관이 안전해야 국민이 안전할 수 있기에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과 유가족 지원 대책 마련에도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날 영결사와 조사가 이어지는 동안 상주 등 유족들이 참아온 울음을 터뜨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권 소방경을 태운 운구차는 전주 승화원 화장장으로 향했다.

권 소방경은 태풍이 북상한 지난 8일 오전 9시 58분께 부안군 행안면에 있는 한 주택 간이창고 지붕 위에서 쓰러진 나무를 치우다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는 당시 ‘창고 지붕 위에 큰 나무가 쓰러져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이를 치우던 중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무너지면서 3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권 소방경은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하루 만인 지난 9일 오후 숨을 거뒀다.

【부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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