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모욕 꾸짖은 이옥선 할머니 “내 얼굴에 왜 침 뱉나”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0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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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생존자 이옥순 할머니가 최근 경기 안산시 상록수역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에 침을 뱉은 청년들을 향해 “내 얼굴에 왜 침을 뱉냐”고 나무랐다.

이옥순 할머니는 10일 서울 종로구 구(舊)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95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소녀상이 다른 사람 보기엔 사람 같지 않아도 다 살아있는 동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6일 상록수역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어 경찰에 검거된 20~30대 남성 4명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6일 오전 0시5분쯤 안산시 4호선 상록수역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었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옥순 할머니는 “위안부 수용소가 어떤 곳인지 아느냐. 사형장이다”라며 “14살짜리가 하룻밤에 40명 내지 50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하는 곳”이라고 악몽을 떠올렸다. 이어 “우리는 그런 고통을 받고 왔는데 왜 소녀상에 대해 그러느냐”고 한탄했다.

이옥순 할머니는 이날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도 “어제 아베가 말하는 것을 보니 한국을 업신여기고 압박하는 것 같다”며 “일본은 아직도 한국 사람들을 끌고 간 사실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럼 우리는 왜 사죄하라고 계속 말하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 할머니들이 다 죽어도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며 “꼭 (일본으로부터)사죄받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일본정부는 지난 4일부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종의 보복조치로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요집회에 참석한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은 아베정권이 발표한 수출규제에 대한 규탄발언을 쏟아냈다. 국민대학교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은 “일제강점, 전쟁범죄에 대한 과오를 털끝만큼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억지스러운 보복조치를 감행하는 후안무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민족에게 피눈물 나는 강점의 역사를 정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려는 아베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일제강점·전쟁범죄의 과오에 대해 일본정부에 인정과 사죄, 책임과 배상을 떳떳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도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경제보복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며 “경제보복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협박은 스스로 나아지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수요집회가 끝나고 난 뒤 “아베정권의 한국에 대한 보복성 수출 규제를 규탄한다”며 평화행진을 벌였다. 평화나비 소속 대학생 50여명은 ‘치졸한 경제보복 자행하는 아베정권 규탄한다’ ‘무역보복 철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인사동 일대를 행진한 뒤 일본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항의서한에서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발표는 강제징용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며 “역사문제의 올바른 해결은커녕 역사를 부정하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또다시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태희 평화나비 네트워크 대표는 “아베 총리는 규제 이유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 합의와 2015년 ‘12·28 한일합의’를 꼽으며 국가 간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자국의 범죄사실을 은폐하며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훼손을 하는 국가는 어느 국가냐”고 꼬집었다.

수요집회에서는 또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등기절차가 완료된 것에 대해 축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는 “이제 겨우 2015년 12월 27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화해치유재단도 해산했으니 이제 일본정부가 다시 10억엔을 가져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위로금이 아니다”라며 “일본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즉각 배상하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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