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스트레스 탓 목숨 끊은 공사직원…대법 “업무상 재해”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5월 22일 12시 00분


코멘트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감사원의 문책 요구로 징계처분을 받게 된 서울메트로 직원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뒤집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2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사망한 서울메트로 직원 김모 씨의 부인 장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1·2심은 “김 씨가 평균적인 노동자로서 감수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신적 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감사원은 2010년 2월~2011년 2월 서울메트로를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김 씨 등 직원이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공사를 하며 시공업체에 주지 말았어야 할 부가가치세 17억여 원을 포함한 공사대금을 지급했다가 업체 폐업으로 이를 돌려받지 못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사실을 포착했다.

감사원은 이후 추가조사를 거쳐 2011년 11월 서울메트로 측에 김 씨를 포함한 관련 직원들을 정직처분하라는 취지의 문책을 요구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승진누락’ 등을 걱정하며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2011년 11월 25일 회사에서 감사원의 문책요구서 사본을 받은 김씨는 이튿날 산에 간다면서 집을 나갔다가 그 다음날 아침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됐다.

부인 장 씨는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적 없는 남편이 징계처분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생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