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4961명 정부가 불인정” 삭발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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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7일 12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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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옥시 앞 농성 시작…“사망자 1403명째”
“피해자 인정 기준 완화하고 피해단계 구분 철폐해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수진씨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확대 호소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19.5.7/뉴스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수진씨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확대 호소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19.5.7/뉴스1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환을 인정해주는 기준을 완화하고 피해자를 단계별로 구분하는 기준을 철폐하는 등 피해자들을 향한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은 7일 오전 11시5분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를 쓴 피해자인 우리에게 정부는 아직도 피해자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겠다는 의미로 삭발식을 열기도 했다. 가습기넷이 지난 2007~2010년 ‘옥시’에서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간질성 폐렴과 폐섬유화 진단을 받다가 지난달 25일 사망했다고 밝힌 고(故) 조덕진씨(48)의 유가족도 기자회견에 참가해 발언했다.

가습기넷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사 판정 결과를 받아든 피해자 5435명 가운데 대표적 질환인 폐질환을 피해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의 공식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전체의 91.3%인 4961명에 이른다”며 “3·4단계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인데 이 같은 피해단계 구분을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다수 피해자들은 십수년 전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의 피해단계 구분은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살인기업’을 위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조덕진씨의 아버지 조오섭씨는 “가습기 살균제로 1403명이 비참하게 죽어갔는데도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책임진다는 정부가 판매하게 한 가습기 살균제로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성토했다. 조씨는 2012년에는 부인도 간질성 폐렴으로 떠나보냈다며 울분을 토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후 면역 질환을 앓고 있다는 박수진씨와 이재성씨는 삭발에 나섰다.

박씨는 두 아들도 지난 2003년 질환이 발병했다며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보고서도 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삭발에 임했다. 이씨는 “가족이 다 피해를 입었는데 정부는 협소한 판정 기준으로 피해 불인정자를 양산했다”며 “3·4단계 피해자를 공식 피해자로 인정해줄 것을 삭발로 호소한다”고 밝혔다.

가습기넷은 Δ피해 판정 기준 대폭 완화 Δ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위한 TF팀 구성 Δ한 달에 한 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위한 정례보고회 개최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 같은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앞서 지난 2일 가습기넷은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 TwoIFC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근처에 차려진 시민분향소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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