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현직에서 물러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면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재판장이 “공무원이 수사가 끝났다고 해서 아랫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너무 천박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박형남)는 1일 안 전 국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 취소 청구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밥을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수사를 잘했든 어쨌든 봉투를 만들어 줘놓고 국민과 판사에게 이해해달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전 국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1심은 후배 검사들에게 특활비를 지급한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당시 관행이었다고 볼 수 있고 반드시 위법하다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비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요새 검사들이 판사들을 기소한 사례에 비춰보면 마치 재판이 끝난 이후에 법원행정처 차장이 소속 법원장과 재판장을 만나서 밥 먹은 뒤 ‘재판 잘했다’며 격려금을 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판사들이 이렇게 했다면 검찰은 횡령이든 뭐라도 걸어서 수사한다고 할 것”이라며 “법원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수사하면서, 자기들에 대해선 봄바람 불듯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안 전 국장이 취임한 뒤 수사 도중에 기밀비로 얼마나 집행했는지, 수사 끝난 뒤 검사장을 불러서 집행한 사례가 있는지 사실을 먼저 밝혀달라”고도 요청했다.
또 안 전 국장측에 “원고의 진솔한 내심을 밝히는 것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며 안 전 국장의 자필 진술서 등을 제출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안 전 국장은 후배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 이 전 지검장은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각각 100만원씩 건넸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각각 사의를 표명했지만 감찰 중이라는 이유로 인사 조처했다. 이후 법무부는 합동감찰반의 권고에 따라 ‘법령위반’과 ‘검사로서의 품위 손상’을 이유로 두 사람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이에 안 전 국장 등은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지난해 12월 안 전 국장의 행동이 부적절하긴 하나 면직은 지나치다면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