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또 ‘조현병 살인’… 10대가 위층 할머니 흉기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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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아파트서 “시끄럽다” 불만, 숨어 기다리다 외출할때 노려
고교 자퇴… 부친 “아들이 입원 거부”

‘안인득’은 또 있었다. 경남 창원에서 조현병 약을 복용하던 10대 고교 자퇴생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70대 여성을 살해했다. 조현병이 있는 안인득(42)이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5명을 살해한 지 일주일 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5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S아파트 6층 엘리베이터 옆 복도에서 이 아파트 5층에 사는 장모 군(18)이 6층 주민 김모 씨(74·여)를 흉기로 수차례 공격했다. 김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병원으로 옮겼으나 약 1시간 뒤 숨졌다.

앞서 장 군은 이날 오전 7시 50분경 흉기를 들고 6층 김 씨 집 문을 두드렸다. 김 씨가 문을 조금만 열고 “왜 왔느냐”고 묻자 “미안하다”고 말했다. 평소 장 군은 “위층이 시끄럽다”며 김 씨에게 몇 차례 시비를 걸었고, 그때마다 그의 아버지(48)가 김 씨나 같이 사는 김 씨 여동생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김 씨가 문을 닫고 들어가자 장 군은 방화문 뒤에 숨어 기다리다 김 씨가 외출하러 나오자 뒤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범행 후 아파트에서 약 100m 떨어진 미술관에서 피 묻은 손을 씻고 집에 돌아와 있던 장 군을 붙잡았다.

장 군은 “다른 사람의 뇌와 내 뇌가 연결돼 조종을 받는다. 김 할머니가 내 뇌 안에 들어와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낀다”며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면 내가 죽겠다고 생각해 23일 밤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또 범행을 후회한다고도 했다고 한다.

장 군은 특성화고 1학년이던 2017년 11월 갑자기 수업 도중 고함을 지르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다 자퇴했다. 마산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과 진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올 2월 2일까지 병원에 다녔고 4주분 약을 타서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에도 먹었다. 입원시키려 했지만 아들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보호입원을 시키려면 환자가 직접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장 군이 거부해 입원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안인득과 똑같은 경우다.

장 군은 자퇴한 뒤인 2017년 12월 31일 모교의 담을 넘으려다 제지하는 경비원을 때려 전치 4주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8월 17일에는 학교 정문 앞을 배회하다 경비원이 신고해 경찰이 귀가 조치했다. 장 군은 주로 집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몰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파일러인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방원우 경장은 “망상에 따라 움직이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며 사고(思考) 장애가 있는 점으로 미뤄 전형적인 편집성 조현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 군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창원#조현병#할머니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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