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6·25 참전 용사 “시신 수습 과정 너무 힘들어 지금도 악몽 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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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2월 참전해 시신 수습팀으로 복무
“시신 수습 과정 너무 힘들어 지금도 악몽 꿔”
남구청, 참전 용사에 ‘명예 구민패’ 수여

6·25 전쟁 때 시신수습병으로 복무했던 영국인 제임스 그룬디 씨가 10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영국군 참전용사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6·25 전쟁 때 시신수습병으로 복무했던 영국인 제임스 그룬디 씨가 10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영국군 참전용사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여러분의 내일을 위해 우리의 오늘을 바쳤습니다.”

영국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제임스 그룬디 씨(87)는 10일 부산 남구청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51년 2월 참전해 전투 현장을 돌며 미처 수습하지 못한 아군의 주검을 되찾아 오는 ‘시신 수습팀’에서 복무했다. 영국군 외에도 미군과 국군 등 90여 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룬디 씨는 “폐허가 된 논밭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곳을 파 보면 시신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숨진 지 몇 개월이 지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어 지금까지도 악몽을 꾼다”고 말했다.

그는 1953년 6월 영국으로 돌아간 뒤 축구선수와 경찰관으로 생활하다 은퇴했다.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그는 1988년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다시 찾은 것을 계기로 거의 매년 부산을 방문해 자신이 묻은 전우의 묘역을 살피고 있다. 그룬디 씨는 많은 참전 용사들이 전쟁 후 큰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자신처럼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간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남구는 이날 강연회에 앞서 그룬디 씨의 노고와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명예 구민패’를 수여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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