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미성년자의 경찰 조사 때 경찰은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과정에서 보다 주의깊게 확인해야 하고, 보호자에게도 사건 처리상황을 통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소속 경찰 전원에게 미성년자에 대한 출석요구나 조사 때 보호자 연락과 관련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아울러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9일 밝혔다. 또 미성년자인 피의자 본인을 포함해 보호자 등에게도 사건처리 진행 상황을 통지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 B군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경찰은 B군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에게 연락하거나 동석을 요청하지 않고 조사를 받게 했다며 이는 부당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군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투신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조사에서 담당경찰관은 B군이 경찰에 혼자 출석하자, 조사받기 전에 부모에게 연락해야함을 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B군은 담당경찰관에게 ‘엄마’라고 표시된 휴대전화를 건네줬다.
담당경찰관은 통화 상대방에게 B군의 어머니인지 물어 확인한 뒤 출석하기 어렵다고 해서 B군 혼자 경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담당경찰관은 “당시 통화 상대방이 B군의 어머니가 아니라 B군의 여자친구였다는 사실을 B군이 사망한 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사건 이후 해당 경찰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인권보호 향상방안 종합추진대책’과 ‘소년범 수사매뉴얼’을 알리고, 인권간담회등을 가졌다. 아울러 담당경찰관 4명을 직권경고하고, 한 명에 대해서는 견책징계를 내렸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경찰은 미성년자를 조사할 때 연락된 상대방이 실제 부모가 맞는지 주의를 기울여 확인하고, B군의 아버지, 학교 교사 등 피해자의 방어권 행사를 조력해 줄 사람을 찾는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봤다. 또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게 된 사실도 B군 본인에게만 고지하여, 결과적으로 B군은 부모 등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이러한 경찰의 행위는 소년사건 처리과정에서 요구되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권위는 판단했다. 다만 경찰의 후속 조치가 이뤄진 것을 들어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A씨의 진정은 기각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아동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과정은 아동에게 특별한 두려움과 공포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는 부모 등 보호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권위는 경찰이 사건 처리과정에서 아동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아동과 부모 등 보호자의 관계를 좀 더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보호자의 연락처를 말하지 않거나 속여서 제출하는 등 보호자 연락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공유해 이러한 사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처리 진행 상황을 미성년자 본인을 포함하여 그 보호자에게도 통지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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