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종로署 지능팀 이례적 착수, 투약범 구속뒤 공범수사 지지부진
2017년 6월에야 불기소 의견 송치
‘피고인은 2015년 9월 중순 서울 강남구 주거지에서 A 씨로부터 필로폰 약 0.5g을 건네받았다.’ ‘피고인은 2015년 9월 말 A 씨가 지정한 B 씨 명의 ○○은행 계좌로 필로폰 대금 30만 원을 송금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6년 1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C 씨의 판결문에 기록된 범죄 사실이다. 당시 C 씨는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판결문에서 C 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대금을 입금해야 할 계좌를 지정한 것으로 돼 있는 A 씨는 처벌은 물론이고 경찰 조사조차 받은 적이 없다. A 씨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31)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년 전 이 사건을 처음 인지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처음 알게 된 건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다. 이 팀은 2015년 마약사건 첩보를 입수한 뒤 첩보를 마약수사팀에 넘기지 않고 자체 수사를 시작했다. 지능범죄수사팀이 마약 수사를 맡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능범죄수사팀이 마약 수사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이례적이다”며 “같은 형사과 안에서도 마약범죄 첩보를 입수하면 마약수사팀으로 넘긴다. 마약 수사의 전문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종로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집회·시위 업무 때문에 다른 수사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종로서 관할에서는 연간 1000건이 넘는 집회 및 시위가 열린다.
실제 종로서 지능범죄수사팀은 2015년 당시 C 씨를 구속하고 황 씨 등 7명을 입건했지만 수사관들이 집회·시위 사범 수사에 투입되면서 마약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능범죄수사팀은 2015년 12월 집회·시위 사범 수사를 마무리한 뒤에도 황 씨에 대한 수사를 약 1년 6개월 동안 사실상 방치했다.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D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D 씨가 다른 경찰서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후임으로 사건을 맡은 수사관은 2017년 6월 입건자 7명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당시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내사에 착수해 사건 처리가 지연된 이유 등을 확인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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