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부실수사’ 책임전가 국면…검·경·민정 각자도생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3일 15시 33분


코멘트

민갑룡 "외압 휘둘리지 않았지만 곤혹한 상황"
곽상도 "청와대 표적 수사"…짜맞추기 주장도
검찰 "경찰 동영상으론 성폭행 입증 어려웠다"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 사건이 검찰 재수사로 수면 위로 올라오자 당시 관계자들이 제각기 살 방법을 찾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사 외압’, ‘부실 수사’ 등 제기된 의혹들 실체가 검찰 재수사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은 과거사진상조사단 등에서 받은 수만쪽의 기록을 검토 중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재수사 지시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2013년 사건 발생 당시 경찰 및 청와대 관계자들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적극 반박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당시 청와대로부터 사실상 외압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 전 차관을 내정하기 전 범죄 첩보 사실을 보고했지만, 청와대에서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3년 3월18일 내사를 시작했고, 범죄정보 수집은 같은해 1월부터 했다”며 “내사가 아니라서 청와대에 정식으로 보고는 안 했지만, 김 전 차관 임명 전 청와대에 범죄정보 관련 보고를 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했으며, 최선을 다했다는 게 수사 담당자 진술”이라며 부실수사 여지에 강하게 선 그었다.

그러면서 “외압에 휘둘리진 않았지만,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며 당시 청와대로부터 일종의 압박이 있었음을 내포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 권고 대상으로 지목한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표적수사’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진상조사단 구성 과정에서부터 청와대의 표적수사 의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김학의 수사단과 같은 건물에 있는 진상조사단에 이모 검사와 최모 검사 등이 파견돼 있다”며 “이모 검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이모 선임행정관과 과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같이 활동했고,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선임행정관이 진상조사단 파견검사로 이 검사를, 이 검사는 최 검사를 추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곽 의원은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대통령 딸 해외이주 의혹을 제기한 국회의원에게 정치보복을 하기 위해 어떻게 표적수사에 개입했는지 알 수 있다”며 “파견검사 추천과 수사권고 결정 과정부터 진상조사 하라”고 했다.그는 진상조사단이 결론을 내놓고 조사를 한다며 이른바 ‘짜맞추기’ 주장도 했다.

이에 앞서 곽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은 재수사 권고 대상으로 지목되자 김 전 차관 인사 검증 당시 경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검찰 1차 수사를 담당했던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은 경찰이 보내온 동영상 등 증거로는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기 부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당시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 뇌물죄를 입증하기 어려웠다고도 항변하고 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당사자들이 저마다 반박 입장을 내놓는 가운데 김 전 차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