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범죄 엄정대응 말뿐?…성범죄 가해자 안일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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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4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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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범 아니라는 이유로 석방…피해자 불안·공포 떨어
경찰 “혐의 부인 가해자 긴급체포 쉽지 않아”

부산지방경찰청 전경사진. © News1
부산지방경찰청 전경사진. © News1
한밤중에 주거지 침입해 잠든 여성을 성추행한 가해자에 대해 경찰이 안일하게 수사해 2차 피해를 안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씨(40)는 지난달 7일 오전 1시50분쯤 B씨 집에 침입해 B씨를 성추행하고 달아났다.

당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B씨는 뒤늦게 벗겨진 옷과 몸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112에 신고했다.

A씨는 범행 이후에도 B씨 집 주변을 서성이다가 B씨 남자친구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A씨를 임의동행으로 경찰서에 데려가 조사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는 주거침입 사실은 인정했다.

경찰도 A씨의 성범죄 전력이 2차례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부인한다는 이유로 DNA만 채취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자는 이때부터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받은 뒤 정황상 증거물도 제출했지만 경찰이 A씨가 성추행을 저지르는 상황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석방하자 답답함과 분통을 호소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분석 결과까지는 약 3주나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A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과수 회신을 받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설 연휴가 다가오고 A씨의 고향이 부산이 아닌 타지역이라는 이유로 영장 집행도 미뤘다.

A씨는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6일 오후 7시30분쯤 부산 해운대구 미포선착장 앞 해상에서 입항하던 유람선에서 떨어져 숨졌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47%로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수사하던 해양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내사종결하기로 했다.

피해자 B씨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제대로 규명하지도 못하고 가해자가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방치한 경찰의 수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임의동행절차로 시작된 사건은 6시간 이내에 조사를 마치고 석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주거침입은 인정했지만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장을 바로 집행할 수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피의자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DNA와 같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는 긴급체포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느꼈을 불안과 공포심에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점은 미흡했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성범죄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두고 사건 담당자와 상급자를 대상으로 감찰을 벌일 예정이다.

또 부산지역 관내 15개 경찰서에서 진행하는 모든 여청수사팀 사건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산ㆍ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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