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고등학교에서 애국가 울려 퍼졌다는데…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6일 15시 28분


코멘트

석성장학회 조용근 회장이 10년간 지원한 양곤시 고교
2008년 쓰나미 피해 후 7번째 건물 완공 기념해 애국가 제창
미얀마 최초로 학교 이름에 한국어 사용도 허락

미얀마 양곤시 딴린의 한 고등학교에서 애국가를 제창하는 미얀마인들. 석성장학회 제공
미얀마 양곤시 딴린의 한 고등학교에서 애국가를 제창하는 미얀마인들. 석성장학회 제공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지난해 12월 28일 미얀마 양곤시 딴린지역의 한 고교 건물 안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미얀마인 수십 명이 가슴에 손을 얹고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이들 중에는 양곤시 교육청 부교육감도 있었다. 애국가는 이 지역 ‘석성고등학교’의 7번째 건물 완공을 기념해 연주됐다. 미얀마의 학교 행사에서 다른 나라 국가를 틀고 제창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석성고교는 미얀마에서 최초로 학교 이름에 한국어를 사용한 곳이다. 이 학교의 원래 이름은 ‘딴린3고등학교’였다. 미얀마의 고교는 자국의 도시 이름을 따 학교 이름을 짓는다. 이 학교 이름에 한국어가 붙게 된 것은 석성장학회 조용근 회장(73)과 관련이 있다. 세무 공무원 출신인 조 회장은 대전지방국세청장과 한국세무사회 회장 등을 지냈다.

조 회장은 쓰촨성 지진이 발생한 2008년 쓰나미 피해를 입은 미얀마를 방문했다. 당시 양곤 시내는 황폐화 상태였다고 한다. 조 회장은 “양곤 시내에 있던 학교가 다 무너져서 학생들이 운동장에 엎드려 공부를 하고 있었다”며 “6·25 전쟁 때 폭격으로 학교가 사라져 뙤약볕에서 공부하던 생각이 났다”고 했다.

이후로 조 회장은 10년 동안 이 학교에 건물을 지어주고 교육 시설도 기부했다. 지진 피해로 운동장 말고는 아무 것도 없던 곳에 지금은 건물 7개가 들어섰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해 미얀마 교육당국은 이 학교 이름을 석성고교로 바꿀 수 있게 허락했다. ‘석성’은 조 회장 부모의 이름 가운데 글자에서 한자씩 따왔다.

올해부터 조 회장은 좀 더 적극적으로 미얀마에 한국을 알리고, 미얀마 내에서 친한파 인사를 키울 생각이다. 조 회장은 미얀마 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울 수 있도록 실내체육관을 지어 주고 해마다 미얀마 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한국 대학에서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매년 이렇게 한다면 미얀마 내에 여러 명의 친한파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 부모님의 이름을 따 지은 장학회가 민간외교의 선봉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