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징계’ 묵살 체육단체, 정부가 징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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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 어겨도 제재 못 했으나, 스포츠공정위 규정에 징계 명문화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기도태권도협회를 특정감사했다. “협회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제보 80여 건이 이 시기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제보 중에는 “경기도태권도협회 임원 A 씨가 직원 B 씨를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문체부는 “경기도태권도협회의 상급 기관인 경기도체육회가 해당 내용을 상세히 조사하고 A 씨를 징계하라”는 내용을 포함해 총 32건에 대해 처분을 명령했다.

현재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는 이처럼 종목·지역단체가 상급 기관으로부터 처분 명령을 받을 경우 3개월 안에 경과를 보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경기도태권도협회는 일부 재심을 청구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고 관련 내용에 대한 보고도 하지 않았다. 문체부에서 수차례 공문을 보내고 전화를 거는 등 협회를 압박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규정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는 있지만 보고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근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급 기관의 명령에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는 체육단체를 앞으로는 정부가 직접 징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처분 명령을 받은 단체가 3개월 안에 경과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해당 단체와 업무 당사자를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을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명문화하는 내용이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8일 심석희 선수가 스포츠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지 3일 만인 11일 관계단체 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는 보고 누락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가해자를 감싸는 구조를 만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성폭력 사실을 은폐할 경우 단체를 퇴출시키겠다는 대한체육회 발표보다 더 강화된 규정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스포츠계 미투 운동#조재범#미투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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