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고발… 이재명의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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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캠프 대변인 맡았던 변호사가 ‘혜경궁 김씨’ 등 수사책임자 2명
‘함바 비리’ 뇌물수수 혐의 고발
해당 경찰 “사실무근… 법적대응”, 변호사 “이재명 지사와는 무관” 주장
이재명 지사 부부 다니는 교회 홈피에 ‘혜경궁 김씨’ 동일 아이디 등록
이해찬 “정무적 판단할 단계 아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자신을 수사한 허경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과 유현철 경기 분당경찰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23일 검찰에 고발했다. 허 청장과 유 서장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08__hkkim) 계정주가 부인 김혜경 씨라고 지목한 경찰 수사로 압박을 받고 있는 이 지사 측이 정면 반격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의 6·13지방선거 캠프에서 대변인과 가짜뉴스 공동대책단장을 맡았던 백종덕 변호사는 이른바 ‘함바(공사장 밥집) 비리’ 사건 브로커 유상봉 씨(72·수감 중)를 대리해 허 청장과 유 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백 변호사는 “이달 15일 유 씨로부터 이런 내용으로 허 청장 등을 고발하고 싶으니 대리해달라는 편지를 받았고 다음 날 유 씨를 접견했다”며 “허 청장 등이 받은 돈을 일부 반환한 내역서가 있고 유 씨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고발을 대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고발장에는 사건 수사 무마와 ‘함바’ 수주를 대가로 유 씨로부터 허 청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억4000만 원, 유 서장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억2000만 원을 각각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라고 밝혔다. 유 씨는 2010년 이후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유력 인사들에게 함바 사업 수주나 민원 해결을 청탁하면서 뒷돈을 건넨 혐의로 2010년 11월 구속 기소돼 현재 수감돼 있다.

허 청장과 유 서장은 “사실무근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므로 강력히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유 서장은 2011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 시절 본청 감사관실이 ‘유상봉 함바 게이트’와 관련해 경찰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했을 때 “문제없다”는 검증을 이미 받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 변호사는 “이번 고발은 이 지사와는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백 변호사가 그동안 이 지사와 밀접하게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고발이 이 지사 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백 변호사는 이달 초 이 지사를 대리해 분당경찰서장 등 경찰 4명을 고발하려다가 더불어민주당의 만류로 취소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에 대한 당의 조치와 관련해 “사건의 수사 과정, 검찰의 공소 과정, 법원의 재판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현재는 정무적인 판단을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도 침묵을 지켰다. 오전 10시 경기도북부청사 2층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북부 발전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한 이 지사는 “한 말씀 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안 되는 것 알면서 그러시냐”라고 말하고 접견실로 향했다.

문제의 트위터 계정 소유주의 G메일 아이디인 ‘khk631000’은 이 지사와 부인 김 씨가 다니는 분당우리교회 홈페이지에도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에서 23일 오전까지 이 아이디를 입력하면 ‘현재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ID입니다’라는 안내창이 떴다. 그러다 오후에 이 아이디가 삭제됐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의혹과 여배우 스캔들 등을 조사받기 위해 24일 오전 10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다.

수원=이경진 lkj@donga.com / 박효목·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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