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는 하루” 후배들 응원에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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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쏟아진 전국 수능 시험장
후배들, 북-꽹과리 동원해 응원… 작년 지진 포항도 차분히 치러

수험생 오토바이 수송… 태권도복 입고 “파이팅”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정문 앞에 지각 위기에 처한 수험생을 태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들어오고 있다(위 사진). 전남 순천여고 앞에서는 태권도복을 입은 순천강남여고 학생들이 풍선을 들고 수험생을 응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아래 사진).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397명 많은 59만4924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뉴스1
수험생 오토바이 수송… 태권도복 입고 “파이팅”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정문 앞에 지각 위기에 처한 수험생을 태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들어오고 있다(위 사진). 전남 순천여고 앞에서는 태권도복을 입은 순천강남여고 학생들이 풍선을 들고 수험생을 응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아래 사진).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397명 많은 59만4924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8시 5분경. 입실 마감을 5분 남겨두고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정문 앞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다. ‘수험생 수송 차량’이라 적힌 흰 종이가 붙은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쓴 여학생이 내렸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자 한덕희 씨(53)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넨 학생은 서둘러 교문으로 들어섰다. 8년째 ‘지각 수험생’을 수송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한 씨는 할리데이비슨 일렉트라 동호회원이다. 한 씨는 “원래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해서 (8년째) 하고 있다. 학생이 긴장한 것 같아 오는 내내 ‘시험 잘 볼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며 쑥스러워했다.

매년 수능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벌어지던 후배들의 응원전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이날 이화여자외고 앞은 보성여고 덕성여고 등 6개교에서 온 학생 70여 명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북, 꽹과리, 소형 확성기 등 온갖 종류의 응원도구가 눈에 띄었다. ‘재수 없는 하루 파이팅’ ‘잘 풀고 잘 찍자’ 등이 적힌 팻말을 든 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외쳤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은 서울 성심여고 3학년 담임교사 김주석 씨(56)는 “최근 긴장해서인지 몸이 안 좋은 아이들이 많은 듯해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는 ‘수능 추위’가 없어서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가벼웠다. 동갑내기 사촌과 나란히 수험장을 찾은 박경택 군(18)은 “시험장에 들어가야 실감이 날 것 같지만 긴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포항지역의 수험생들은 지진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도 차분하게 수능을 치렀다. 9월 포항시 북구 동쪽 29km 지점에서 규모 2.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 장성고 추동규 군(18)은 “올해는 큰 지진이 없어 별다른 동요 없이 시험 준비에만 매진했고 포항의 다른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동성고 3학년 수험생 아들을 둔 이소영 씨(49·여)는 “올해도 혹시나 지진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경찰·소방당국은 전국 수험생 156명을 시험장에 태워다주고 수험표를 찾아주는 등의 수능 도우미 활동을 벌였다. 당국의 도움을 받은 수험생 대부분은 교통정체, 고사장 착오 등으로 제 시간에 고사장에 도착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이 끝난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고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며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능 부담에서 벗어나 밝은 표정들이었다. 학생들은 “수능 끝났다”고 외치며 달리거나 정문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수험생 학부모 이지연 씨(45·여)는 “그동안 정말 힘들었을 걸 알기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정말 애썼다’는 말부터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 / 포항=박광일 기자
#전국 수능 시험장#후배들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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