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심장내과 백용수 교수(왼쪽)가 최근 심장재동기화치료 시술을 받은 백송자 씨와 대화를 나누며 심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백송자 씨(71·여)는 10여 년 전부터 가슴이 뻐근하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증상이 있었다. 백 씨는 병원에서 심장 근육의 이상으로 심장 박동이 약해져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심부전(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다. 오랜 기간 심부전증 완화 약물을 복용했지만 약간만 운동을 해도 숨이 차오르고 가슴은 늘 답답했다. 백 씨는 “오랜 기간 약을 먹었지만 숨이 차는 증상으로 힘들었다”며 “무릎이 안 좋아 수술을 받은 뒤 심부전 증상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백용수 교수는 ‘심장재동기화치료(CRT)’와 ‘삽입형제세동기 기능을 결합한 기기 이식시술을 백 씨에게 권유했다. CRT는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심부전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시술이다. 오른쪽과 왼쪽의 심실에 전극선을 삽입해 양 심실에서 동시에 전기 자극을 보내 심실의 동조화를 통해 심장 수축과 심박출 기능을 향상시켜 심부전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삽입형제세동기는 급사를 할 수 있는 심실 빈맥성 부정맥을 가진 환자에게 삽입하는 심장기기다.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즉시 전기 충격을 줘 빈맥성 부정맥을 없애고 정상적인 심장 리듬으로 되돌려준다.
백 씨는 “시술 후 숨이 차는 증상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시술 전보다 ‘숨 찬다’는 말을 덜하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부전은 심장 근육이 약화돼 건강한 심장처럼 혈액을 제대로 펌프질하지 못하는 심장 상태를 말한다. 혈액과 산소가 충분히 빠른 속도로 신체에 공급할 수 없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심부전이 심해지면 체액이 폐나 다른 신체 부위에 교통체증처럼 머물게 되고 울혈성 심부전이라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 심부전 치료는 일차적으로 약물을 사용한다. 그러나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의 경우 CRT를 한다. 심부전 환자는 심장의 한쪽이 다른 쪽보다 느리게 수축할 수 있는데 CRT는 느리게 수축하는 부위를 빠르게 수축하도록 한다.
무거운 짐을 끄는 당나귀에게 당근이나 짐을 덜어주는 역할이 약물 치료라고 한다면 CRT는 당나귀의 발에 롤러스케이트를 달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2년 전부터 약물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CRT 급여가 인정돼 고가의 장비를 부담 없이 시술 받을 수 있게 됐다. 2000만∼3000만 원 하는 고가의 CRT 가격의 90% 정도를 의료수가로 인정받는다.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백 씨처럼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는 고통이 계속될 경우 심장내과 전문의를 만나 CRT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최첨단 의료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인하대병원은 심혈관 촬영실에서 CRT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 안전과 만족도를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진이 환자의 전신을 마취한뒤 수면 상태에서 안전하고 통증 없이 시술을 진행한다. 시술은 보통 3, 4시간 소요되며 사흘 후 퇴원이 가능하다.
백 교수는 “적절한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심부전이 있고 심전도에서 특징적인 모습이 보인다면 CRT가 고통을 받는 심부전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국내 급여 기준의 확대로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고 있고 CRT 시술을 받는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