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면 뭐해”…‘총장 재선거’ 서울대생들 투표율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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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0일 0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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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3만여명 중 2669명 투표…5월의 절반 남짓
한차례 파행에 반영비율도 낮아 투표 필요성 못느껴

“투표하면 뭐해요. 어차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할텐데.”

총장 재선거를 치르고 있는 서울대의 학생 투표가 진행된 9일,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 대다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치의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5)는 “5월에 치러졌던 첫번째 선거와 비교해도 관심이 크게 떨어진 것 같다”면서 “당시에는 ‘우리가 직접 투표하는 첫 총장선거’라는 상징성도 있었는데 결국 무산되면서 실망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사회과학대생 오모씨(20·여)도 “학생들이 투표해서 총장이 뽑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결국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하는 방식인데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 투표 반영 비율도 너무 낮기 때문에 3인을 뽑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투표한 학생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날 총장 투표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학생들도 부지기수였다.

지난 5월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사전등록 후 투표를 했다는 강모씨(26)는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가 총장 선거에 관여한다는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해 투표했다“고 투표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강씨 역시 ”현재의 선거방식은 문제가 많다“며 ”학생 참여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올해 총장선거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결정했다. 예비후보 5인이 선정된 이후 정책평가단에 재학생 전원이 참여할 수 있게 했고, 사전등록한 학생들은 투표(정책평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학생들의 투표에 대한 반영 비율은 교원정책평가단 점수의 9.5%로 환산 적용된다. 300여명의 교원의 ‘한표’가 3만여명의 학생들의 ‘한표’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갖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 투표는 5명의 예비후보를 3명으로 추리는 데만 적용되는 데 그친다. 결국 최종 후보 1인을 뽑는 권한이 이사회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투표’ 자체가 크게 와닿지는 않는 모습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의 한표를 비율로 따지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심지어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한 표의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생들의 첫 참여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지난 5월 선거에서도 학생들의 투표와 최종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당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던 정근식 교수가 교원, 총추위 평가를 합산한 결과 상위 3인에 들지못한 반면, 학생 득표율이 가장 낮았던 강대희 교수가 1위로 올랐다.

강 교수는 이사회에서 추천을 받아 최종 후보로 낙점됐지만, 이후 성희롱·논문 표절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사퇴했다. 서울대 총장 선출 역사상 가장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이후 9월부터 총장 선거가 다시 치러졌지만, 투표 방식은 그대로였다. 총추위의 평가 비율 25% 역시 그대로였다. 앞서 최종후보 사퇴 사태를 초래한 총추위에 대해 총학생회와 서울대 교수협의회 등이 나서서 비판했지만 바뀌지 않았다.

시기적인 여건도 좋지 않았다. 차기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학 임원들을 선출하는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2년만에 ‘경선 구도’가 만들어진 총학 선거는 총장 선거를 뒷받침하는 힘이 되지 못했다. 사범대에 재학 중인 조모씨(24)는 ”아무래도 총학과 각 단대가 적극적으로 독려해주면 그나마 관심을 가질텐데,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무관심과는 별개로 정책평가는 진행됐고, 최종 3인의 후보로는 오세정 자연과학대 명예교수(65), 이우일 공과대 교수(64), 정근식 사회과학대 교수(60·이상 고득점 순)가 선정됐다.

학생들의 참여는 총 등록 인원 5140명에 투표 인원 2669명(51.9%)에 불과했다. 지난 5월 선거에서 8029명이 등록해 4846명(60.4%)이 투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인원이 절반 남짓으로 줄었다. 총 3만여명의 전체 재적인원 대비로는 0.08%에 불과한 비율이다.

사상 최초로 학생들이 참여한 서울대 총장선거.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제대로 된 ‘투표권’을 갖지 못하며 마뜩찮아 하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서울대 총장 선거는 최초로 학생이 참여했다는 ‘상징성’,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 채 앞으로의 과제만 남겨두는 모양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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