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대우 안 받고 마음껏 일하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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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훈련 받는 발달장애인 27명 부산시청-시의회 방문 현장실습
자신들의 바람 편지글로 전달

오거돈 부산시장이 26일 부산시장 접견실을 방문한 발달장애인들에게 “열심히 하면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주고 있다. 부산시 제공
오거돈 부산시장이 26일 부산시장 접견실을 방문한 발달장애인들에게 “열심히 하면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주고 있다. 부산시 제공
“저희들에게도 일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사회 어디에서나 차별 없는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6일 오후 1시 20분 부산시청 7층 부산시장 접견실. 부산진구 부전동 사단법인 문화복지공감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발달장애인 배지민 씨(23)는 동료 26명과 함께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나 이렇게 자신의 바람을 말했다.

이들이 이날 오 시장을 방문한 것은 문화복지공감에서 운영하는 ‘민주시민역량강화대학’ 프로그램의 현장실습 차원에서 이뤄졌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발달장애청년들이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숙지하고 소양을 갖추기 위해 부산시장과 부산시의회 의장을 방문하겠다는 문화복지공감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장애청년들에게 사회참여 기회는 물론이고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부산시청과 부산시의회를 견학하고 오 시장과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을 예방한 뒤 자신들의 바람을 편지글로 전달했다.

이날 센터훈련생 대표로 오 시장께 바라는 글을 발표한 이창호 씨(21)는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똑같이 살 수 있는 부산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며 4가지 희망사항을 전달했다.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나 대회를 열어주고, 교통시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시설을 늘려주고, 장애인도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훈련센터를 더 늘려 많은 장애인들이 직업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직업 훈련 과정에서 직접 만든 명함집과 손거울, 말린 꽃 화분, 감말랭이를 오 시장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26명의 바람을 적은 롤링페이퍼에는 부산 발전과 오 시장의 건강, 장애인에 대한 관심 등을 부탁하는 글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오 시장은 발달장애청년들의 손을 잡고 이들이 선물한 감말랭이를 나눠 먹으면서 “훈련을 열심히 하면 사회에서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반드시 있다. 여러분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민의의 대변기관인 부산시의회 방청석과 홍보관 등을 둘러보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이곳은 여러분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고 의장과 시의원 모두가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애쓰겠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배지민 씨(23)는 “문화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복지정책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글을, 이지연 씨(23·여)는 “저희들에게 힘을 주세요”라는 글을 박 의장에게 전달했다.

부산의 발달장애인은 1만31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재활시설은 39곳(1054명)에 불과하다.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2014년 6월 설립된 문화복지공감은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중중장애인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주기 위해 2016년 9월부터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센터는 발달장애청년 6800여 명을 대상으로 생활기능, 건강관리, 의사소통, 대인관계, 사회기능, 운동지각 등 재활기능 기초훈련을 실시했다. 또 2400여 명에게는 직무수행, 고용 준비 등 맞춤형 직업 적응훈련의 기회를 줬다.

시각장애인이면서 부산시의회 의원을 지낸 이경혜 문화복지공감 및 센터 대표는 “평소 이들에게 우리도 같은 시민이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직접 발달장애인을 맞이해 준 오 시장과 박 의장 덕분에 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발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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