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물어도 이익” 노점상들 배짱영업… 편 갈라 싸움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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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불꽃축제장서 불법영업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소속 상인들이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영등포구의 단속에 항의하는 생존권 보장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은 노점상들의 영업으로 통행이 불편하고 
연기와 냄새도 심하다고 호소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소속 상인들이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영등포구의 단속에 항의하는 생존권 보장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은 노점상들의 영업으로 통행이 불편하고 연기와 냄새도 심하다고 호소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여기를 막고 있으면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가뜩이나 사람도 많은데 여기서 장사를 하면 어떻게 해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보도를 따라 걷던 시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원 안쪽 보도를 끼고 줄지어 자리 잡고 있는 100여 곳의 노점상을 피해서 걷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기 때문.

보도 옆에는 폭 1.3m가량의 작은 물길이 나 있어 보도에서 살짝만 밀리면 발이 물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시민들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아슬아슬하게 노점을 비켜 걸었지만 일부는 발이 물에 빠지기도 했다.

한강공원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상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한강사업본부에서 이날 단속으로 100건 이상의 과태료를 물렸지만 노점상들의 영업은 계속됐다. 과태료 7만 원을 내더라도 장사로 벌어들이는 수익금이 더 많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는 단속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 시민들 “통행 불편”… 노점상 간 갈등도

본격적인 가을철을 맞아 한강공원은 불꽃축제가 아니더라도 매일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그렇다 보니 노점상들의 영업이 늘어나고 있고 노점상들끼리 다툼도 벌어지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다.

주변 노점상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꼽히는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출구 바로 앞쪽에서는 노점상들이 서로 “불법 노점상을 단속해 달라”며 구청이나 한강사업본부에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신의 영업 공간 주변에 캠코더를 설치하고 녹화하면서 다른 노점상의 폭력이나 불법영업 증거를 모으기도 한다. 영등포구와 한강사업본부에서 단속을 나오면 “왜 우리 노점만 편파 단속을 하느냐”는 항의가 이어진다. 단속반을 이끌고 옆 가게를 찾아가 “여기도 단속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하루에도 6, 7차례나 노점상이 상대 노점상을 신고하는 바람에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고 토로했다.

노점상들은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노련) 소속과 비민노련으로 양분된 상황이다. 민노련 소속 상인들은 3일 오후 구청의 단속에 항의해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쪽에서 서로를 쇠사슬로 묶고 서서 ‘생존권 사수’ 집회를 진행했다. 당시 비민노련 상인 1명이 “시끄럽다”며 항의하다 몸싸움을 벌여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 “강제 퇴거 어려워” 단속에 한계

노점상들은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한 노점상은 “전국 곳곳을 돌다가 힘겹게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며 “이번에 가을철 장사를 놓치면 살아갈 방법이 막막하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통행 불편과 음식 연기·냄새로 인한 피해 등을 호소한다. 여기에 노점상들 간 갈등의 여파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있다. 노점상들이 다툼을 벌이다가 한 노점상이 걷어찬 물병에 시민이 맞기도 했고 돗자리를 빌리려고 노점을 찾은 시민에게 다른 노점상이 다가가 “얘네 불법이야”라며 반말로 으름장을 놓는 장면이 목격됐다. 대여료 2000원, 보증금 2000원 등 총 4000원을 내고 은박지 형태의 돗자리를 빌렸다가 노점상이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바람에 보증금을 떼인 시민도 있었다.

단속 권한을 가진 영등포구와 한강사업본부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단속에 필요한 장비와 인원이 한정적이라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한강사업본부도 “과태료 7만 원을 물릴 뿐 강제로 퇴거시킬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과태료 물어도 이익#노점상들 배짱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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