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혐오 반대” “가짜난민 추방” 길하나 사이 둔 찬반집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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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 23명 체류 허가 엇갈린 반응

1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공동주최단’이 난민 환영 집회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공동주최단’이 난민 환영 집회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민 세금 도둑질하는 가짜 난민 추방하라!” “이슬람 혐오 반대한다. 예멘 난민 인정하라!”

정부가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예멘 난민 23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용한 것에 대한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근처에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3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난민들은 ‘난민을 지원하자’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히잡을 두른 이슬람 여성과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인들은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 혐오’ ‘난민을 환영한다!’고 적힌 손팻말로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나이지리아 내전 난민인 비아프라공동체 레미지스 대표(47)는 무대에 올라 “한국행은 우리의 유일한 생존 기회였다. 한국이 우리를 받아들여 주기만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집트인 A 씨는 “한국인들이 우리를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박해를 피해서 도망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봉혜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정부가 난민 혐오 확대를 막지 않고 비겁한 태도를 취해 왔다”면서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올바른 태도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시각 40m가량 떨어진 종로타워 앞에서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난민대책국민행동 소속 100여 명은 ‘가짜 난민 OUT’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국민 세금 도둑질하는 가짜 난민 추방하라”고 외쳤다.

청년 구직자라고 밝힌 한 발언자는 “우리 청년들은 차라리 가짜 난민이고 싶다. 어떠한 의무도 다하지 않는 난민에게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40만 원씩 지원해 준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냐”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집회에 참여한 김모 씨(67·여)는 “여성 대상 성범죄가 많다는 이슬람국가 사람들을 받아준다고 하니 딸과 손녀가 걱정돼서 나왔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슬람 무장단체의 동영상을 틀어주며 ‘국가 안보와 재정,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난민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6개 중대 병력을 배치했지만 별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난민혐오 반대#가짜난민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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