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 작가 세 번째 소설집 ‘복만이의 화물차’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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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인 주인공은 돈벌이가 시원찮다. 그래서 탐탁지 않은 정치인의 자서전도 대필해준다. 이 주인공보다 더 기구한 사람은 친구 복만이이다. PC방 등에 손을 대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 대형화물차를 몰기로 했다고 털어놓는다. 주인공은 그것만은 안 된다고 말린다.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복만이는 고문 후유증으로 손이 불편하다. 이런 복만이를 아내마저 저버린다. 번듯한 직장은 없지만 정의로운 그가 좋다고 자랑하던 그녀였다. 주인공은 이혼을 요구한 그녀를 욕해준다. 하지만 가슴이 시려온다. 그녀는 다름 아닌 자신의 누이동생이다. 소설 ‘복만이의 화물차’는 주인공이 빗속에서 세상을 원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고광률 작가(사진)가 8년 만에 세 번째 소설집을 냈다. ‘포스터칼라’ ‘순응의 복’ ‘밥’ ‘영춘(迎春)’ 등 6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자존과 생존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을 고발했다. 소설가 고원정은 “하늘이나 권력의 시혜가 아니라 우리끼리 맞잡은 손의 따뜻함으로 결국 봄은 온다. 이런 믿음이 없이는 날고기의 피비린내 가득한 고광률의 소설집을 차마 덮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 시민에게는 대흥동 선술집 같은 친숙한 공간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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