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채취 중단에…인천 연안부두 직격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1년째 중단되며 지역경제 위축…15개 업체 근로자 구조조정 시작
예인선 등 관련 산업도 큰 타격…골재協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인천 옹진군 해역에서의 바닷모래 채취가 1년째 중단되면서 29일 중구 항동의 한 바닷모래 야적장이 텅 비어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15개 바닷모래 채취업체는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선박 수리와 유류 공급 업체도 벼랑 끝에 내몰렸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옹진군 해역에서의 바닷모래 채취가 1년째 중단되면서 29일 중구 항동의 한 바닷모래 야적장이 텅 비어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15개 바닷모래 채취업체는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선박 수리와 유류 공급 업체도 벼랑 끝에 내몰렸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환경단체와 어민들의 반대로 인천 옹진군 선갑도, 굴업도 해상에서의 바닷모래 채취가 1년째 중단되면서 인천 중구 항동 연안부두 일대의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연안부두에 몰려 있는 15개 바닷모래 업체는 매출 급감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예인선과 선박 수리 및 유류 공급업체, 덤프트럭 등 관련 산업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는 바닷모래 채취가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연근해의 어장과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어민과 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1년 전부터 이미 허가된 채취 물량 외에는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28일 중구 항동 남항 인근의 A업체 바닷모래 야적장. 바닷모래가 쌓여 있어야 할 2만4000여 m²의 드넓은 야적장이 몇 개월째 텅 비어 있었다. 7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 업체는 2016년까지 연평균 3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부터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돼 매출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A업체 관계자는 “이대로 몇 개월이 지나면 직원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안 없이 바닷모래 채취를 중단하면서 근로자들이 고용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일거리가 뚝 끊긴 덤프트럭들은 바닷모래 업체 인근 도로에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덤프트럭 운전사 겸 차주인 최모 씨(44)는 “바닷모래를 수도권 일대 레미콘회사와 건설현장에 옮겨다 줬는데 3개월 전부터 일거리가 줄어 트럭 할부금 내는 것도 버겁다”고 말했다.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H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8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1개월 전 권고사직 형태로 30여 명을 내보냈다. 근로자 대부분은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휘청대자 인천 옹진군도 내년도 예산을 짜기가 힘겨워졌다.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기 전인 2016년도 바닷모래 업체들은 옹진군에 230억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는 옹진군 전체 예산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군은 이 세금으로 인공어초 설치를 비롯해 낙후된 도서지역의 인프라를 갖추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기 시작한 지난해 업체가 낸 세금은 15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77억 원이 줄었다.

인천·김포지역 30여 개 레미콘업체 생산 공장도 바닷모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 업체들에서 사용하는 골재 소요 물량은 하루 평균 7만 m³ 정도지만 바닷모래 공급이 줄면서 35∼40%가 부족한 상황이다. 레미콘업체는 발파석 등으로 바닷모래를 대체해 레미콘을 생산했지만 건설 성수기가 시작되는 가을부터 비상이 걸렸다.

바닷모래 채취 업체들은 정부가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 골재 수입을 대안으로 거론했지만 이 국가들은 공공재로 지정한 모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산림 골재 채취도 정부의 대안이지만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 골재 채취가 오히려 환경 파괴를 부추긴다는 환경영향조사 보고서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고성일 한국바다골재협의회 회장은 “골재 채취 구역은 한국 바다 면적의 0.04%에 불과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 연구용역 결과”라며 “근로자 구조조정 등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 연안부두#바닷모래#바닷모래 채취 중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