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5000여 가구 철거에도 1만 가구 수준 맴돌아 재활용 고민
주인들 “땅값 오를 것” 매매 꺼려 귀농·귀촌인 상대 거래 걸림돌로
전남 곡성군은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농촌 빈집 100곳을 정비할 계획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농촌 빈집을 귀농·귀촌인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중장비로 농촌 빈집을 철거하는 모습. 곡성군 제공
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이 농촌 빈집 재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농촌 빈집이 해마다 1300가구씩 정비되고 있지만 빈집은 여전히 1만 가구 수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전남도에 따르면 농촌 빈집은 2014년 1만2365가구, 2015년 1만1534가구, 2016년 1만2093가구, 지난해 9645가구로 집계됐다. 최근 4년간 5153가구가 철거됐지만 여전히 1만 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농촌 빈집을 계속 정비하더라도 인구 고령화와 농민 감소로 새로운 공가(空家) 및 폐가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남 지역 농촌 빈집 10곳 중 3곳(2884가구)은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이었다. 이에 따라 시군마다 빈집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자치단체들은 빈집 매매를 통해 귀농·귀촌인을 끌어들이려고 애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귀농귀촌종합센터에 등록된 전국 농촌 빈집 매매·임대 515건 중 330건은 전남 지역에 있다.
지역별로는 강진군 66건, 고흥군 58건, 영광군 55건, 화순·영암군 각 30건, 장흥군 23건 등이다. 귀농귀촌종합센터 전국 농지정보 499건 중 231건과 작목정보 513건 중 108건이 전남에서 등록됐다.
곡성군은 올해 농촌 빈집 100가구를 정비할 계획이다. 현재 84가구가 신청했다. 농촌 빈집 정비사업은 흉물스러운 공·폐가를 철거해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곡성은 최근 4년간 귀농·귀촌인 2300명이 둥지를 틀면서 인구가 878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곡성군은 빈집 매매가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귀농·귀촌인이 빈집을 구입, 수리해 쓸 경우 500만 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한 해 평균 50가구 정도가 곡성 지역 빈집을 수리해 정착하고 있다. 그렇지만 빈집은 여전히 수백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진군은 농촌 빈집을 리모델링한 뒤 임차해주고 있다. 일명 ‘귀농인의 집’에서 살면서 지역 우수농가로부터 농사법을 배우는 등 영농현장 체험이 가능한 귀농·귀촌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 빈집 주인과 귀농·귀촌인 사이에 빈집 매매에 대한 입장 차가 커 빈집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빈집 주인들은 ‘자녀들이 앞으로 귀향할 것이다’ ‘고향 집인데 팔기는 어렵다’ ‘언젠가는 땅값이 오를 것이다’ 등의 이유로 매매를 꺼리고 있다. 반면 귀농·귀촌인들은 마을 가장자리에 한적하고 넓은 부지를 선호하지만 빈집이 대부분 마을 중앙에 있고 부지도 좁아 구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농촌 빈집 터에 텃밭이 늘어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입장 차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활용 가능한 빈집만을 귀농·귀촌인에게 안내해주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귀농귀촌종합센터에 전남의 빈집 등록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인구 유입이 지역공동체 복원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인식을 주민들이 한다면 농촌 빈집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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