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들 폭염 헉헉… 발바닥 화상에 발작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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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중 열사병 숨지기도… 동반가능한 쇼핑몰-수영장 북적

지난달 말 서울 남산공원을 산책하던 중 반려견(견종 시추) ‘보리’가 숨을 헐떡이며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한 견주 이모 씨는 깜짝 놀라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보리는 진료 신청을 하기도 전에 열사병으로 숨졌다. 이 씨는 뜨겁게 달아오른 보리의 발을 잡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기록적인 폭염에 사람뿐 아니라 반려견들도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화상을 입거나 피부병에 걸리는 사례가 많고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애견인들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는 ‘반려견이 산책 뒤 구토를 하며 몸을 떨다 급사했다’는 글이 가끔 올라온다. 채팅에 참여한 박모 씨(35·여)는 “낮도 아니고 밤에 산책을 하다가 변을 당하는 일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반려견 다섯 마리를 키우는 민희은 씨(32·여)는 “반려견 모두 발바닥에 화상을 입은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개를 키운 지 20년이 됐는데 이번 여름이 제일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지열에 발바닥이 벗겨지거나 더위를 못 이긴 개가 스스로 긁으면서 상처가 나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개는 몸통이 지면과 가까운 데다 땀을 흘려서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어서 지열에 더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렇다 보니 애견인들은 반려견과의 산책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장시간 산책이 필요한 대형견을 키우는 애견인의 어려움이 더 크다. 대형 견종 아키타견을 키우는 박지선 씨(33·여)는 “반려견과의 산책 시간을 2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애견인들은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쇼핑몰로 몰린다. 4일 경기 하남시의 한 쇼핑몰을 찾아가 보니 목줄을 하거나 강아지용 유모차를 탄 반려견 수십 마리가 눈에 띄었다. 나모 씨(45)는 “날이 너무 더워 반려견을 밖에 데리고 나갈 수 없어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애견수영장과 애견카페도 대목을 맞았다. 경기 양주시의 한 애견수영장의 경우 지난해보다 손님이 5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혜미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반려견들 폭염#열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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