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총액 231억원… “삼성 경영권 승계 청탁은 인정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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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1심 징역 24년]중형 선고 결정타 ‘뇌물죄’ 분석


6일 1심 선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의 18개 혐의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삼성 측에서 뇌물을 받았는지였다. 선고를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일부만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검찰이 뇌물의 핵심 연결고리인 ‘대가’라고 주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 대상이 되는 경영권 승계 작업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증명돼야 한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검찰이 제시한 삼성의 현안이 승계 작업을 위해 추진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앞서 2월 13일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에 대한 1심 선고에서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 “朴, 삼성 경영권 승계 청탁 안 받아”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 대가로 최 씨와 공모해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및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보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 16억여 원과 두 재단에 보낸 204억 원을 삼성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삼성의 포괄적 현안인 ‘경영권 승계 작업’과 개별 현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별 현안 중에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 면담을 할 당시 이미 해결된 현안이거나 다급한 현안이 아닌 부분이 있었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개별 현안에 관해 삼성의 명시적,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별 현안에 대해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려운데 그 개별 현안들을 구성 요소로 하는 포괄적 현안이라는 승계 작업에 대해 청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재센터와 두 재단에 대한 삼성의 지원금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게 아니라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돼야 하는데 그 전제가 되는 부정 청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도 2월 5일 선고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매개로 승마, 영재센터, 재단 지원을 한다는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중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롯데의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70억 원 △SK에 K스포츠재단 지원 89억 원 요구는 유죄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특허 연장 등 롯데와 SK의 구체적인 주요 현안을 인식하고 그 대가로 지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 삼성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여 원을 박 전 대통령의 뇌물로 봤다. 구체적인 청탁이 필요 없는 ‘단순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뇌물을 받기로 공모를 한 것으로 봐야 하고, 삼성의 기업 활동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권한에 의해 대통령의 직무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최 씨 모녀가 돈을 받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된다고 판단했다.

○ 혐의 부인, 책임 전가… 형량 가중 요인

이날 유죄로 인정된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뇌물죄의 형량이 가장 무겁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이 여러 혐의가 유죄인 경우 형량이 가장 큰 혐의가 전체 형량의 기준이 된다. 1억 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경우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인데 재판부가 인정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은 231억여 원이다. 유기징역이고 혐의가 다수인 경우 최고 형량은 45년까지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의 징역 24년형은 징역 10년 이상 45년 이하에서 여러 가중 및 감경 요인이 고려된 결과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고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책임을 최 씨 등 주변에 돌리는 점을 형량 가중 요인으로 판단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박근혜#재판#뇌물죄#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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