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 김포에서 열린 성교육 강연에서 구성애 푸른 아우성 대표가 현장에 참석한 학부모 300여 명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이어지는 요즘, 자녀 성교육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우리 아이들이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보거나 혹은 피해를 주지 않도록 올바른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하지만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지금의 부모 세대는 애초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학교가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2015년 교육부가 내놓은 ‘성교육 표준안’은 데이트 성폭력을 두고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아 남성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는 등 황당한 내용이 많아 논란만 일으키다 폐기됐다.
미투 운동에 걱정이 앞서는 학부모들은 최근 자녀의 성교육까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5, 6명의 학부모가 20만∼30만 원을 주고 전문 강사를 섭외해 자녀에게 그룹 성교육을 하는 식이다. 27일 경기 김포 아라마리나컨벤션에서 열린 ‘아름다운 우리의 성’ 공개강좌에는 이런 고민을 가진 학부모 3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강연에는 국내 성교육 전문가인 구성애 푸른아우성 대표가 나와 학부모들의 궁금증에 답했다.
―요즘 미투 열풍이 거세다.
“미투 운동부터 데이트 성폭력, 야동(야한 동영상) 문제까지 맥락이 일맥상통한다. 바로 남성의 쾌락이 성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이 기본 축을 ‘관계 중심의 성’으로 바꿔야 한다. 성관계는 남녀가 서로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과 영혼 세 가지가 하나가 될 때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미투로 바닥을 치고 있어 오히려 기본 축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잘못을 다 까발리고 정리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섹스가 아닌 관계 중심의 성을 알도록 키우자.”
―어린 자녀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10세까지 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 성교육의 큰 목표는 ‘오버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걸 ‘가르쳐야 할지’ 디테일에 집착하지 마라. 아이가 굳이 묻는다면 몰라도 성교육을 하겠다며 일부러 자세한 성기 그림이 그려진 그림책을 보여 줄 이유는 없다. 10세까지는 지식으로 성을 아는 게 아니라 감으로 느껴야 한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게 좋은 행동인지 대강의 느낌으로 아는 게 중요하다.
보통 부모들은 아이가 싫다는데도 뽀뽀하고 만지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애가 ‘싫어’ 하고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면 아이에게 ‘어 그래, 미안’ ‘네가 싫다면 나도 안 할게’라고 상대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스마트폰 관리’다. 10세까지는 절대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 줘선 안 된다. 성인 인증이 필요 없는 부모 스마트폰은 더 위험하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보다가 어떤 게 뜰지 모른다. 10세 이전에 ‘음란광고’나 ‘야동’으로 성을 접하면 평생 아이의 성 인식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11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아이들은 11세면 거의 다 야동을 접한다. 그게 현실이다. 부모의 성교육이란 야동과의 싸움이다. 이 시기에 본 야동은 뇌리에 박힌다. 그게 성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깨줘야 한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폭증하는 시기인 만큼 야동에 대한 관심을 내 몸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줘야 한다. 자위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니 아이를 책망하지 마라. 딸은 엄마가, 아들은 아빠가 교육하는 게 이 시기에 효과적이다.
이미 아이가 야동을 봤다면 빨리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줘야 한다. 남자아이는 운동이 필수다. 여자아이는 춤이 좋다. 두 번째로 좋은 건 틈날 때마다 무조건 자연에 풀어놓는 것이다. 바닷가에 가서 모래를 만지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는 부모와 눈을 마주치며 사랑하는 관계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추가로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에겐 ‘채팅에 속지 말라’는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 최근 성인 남성들이 초4∼6학년 아이들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는 범죄가 폭증하고 있다. 명백한 성폭행인데, 아이들은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아저씨에게 속지 말라’는 교육을 받으면 80%가 당하지 않는다. 디지털 세상에서 부모가 아이를 늘 보호할 수는 없다. 스스로 대처하게 교육해야 한다.”
―초경이나 몽정 이후 필요한 성교육은….
“피임 교육을 확실히 해야 한다. 제일 잘하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피임 교육이 성 관심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가 30년 동안 시행한 결과 첫 성경험 평균 연령이 12.4세에서 17.8세로 늦춰졌고, 첫 관계 때 피임하는 비율이 95%에 이르게 됐다. 또 첫 경험 역시 남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서로 원해서라는 응답이 95%에 달한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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