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휴강… 학생 폭로 이어져 미투 후폭풍에 휩싸인 대학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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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男교수 4명 모두 수업서 배제
첫날부터 휴강… 당분간 수업 공백
명단 뺀채 교수들 미투지지 성명… 학생들 “추가 폭로 나올까봐 비공개”

2일 개강을 한 대학가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투’ 열풍은 지금까지 서울예술대학 등 일부 학교에 집중됐다. 겨울방학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개강을 한 전국 여러 대학에서 교수의 제자 성추행, 성희롱 등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미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의 새 학기 일정은 파행으로 시작됐다. 이 학과 전체 교수 6명 중 최용민, 박중현, 이영택, 안광옥 교수 등 4명이 성추문에 연루돼 수업에서 배제된 것이다. 남은 교수는 여성 2명(장미희, 권경희). 장 교수는 안식년이라 권 교수가 유일하다. 결국 개강 첫날부터 휴강이 이어졌다.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행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에 따르면 연극영상과 학생들은 박 교수가 학교 영상편집실에 학생들을 불러 안마를 강요했고, 실습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새로 학과장을 맡은 권 교수는 “교수 4명이 빠지면서 수업 시간이 일주일에 15시간이나 펑크가 났다. 피해 학생뿐 아니라 남아 있는 교수와 학생 모두가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5일부터 명지전문대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선다. 경찰도 교수 성추문 의혹의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서울예대에선 학생과 학교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성추문에 휩싸인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 배병우 사진작가, 배우 한명구 씨 등이 교수로 있는 곳이다. 이 학교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말 ‘미투’ 운동 지지 성명을 냈다. 그러나 참여 교수의 이름이 한 명도 없는 성명이었다. 학생들은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 중 추가로 폭로될 ‘미투’ 가해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을 못 밝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김태인 서울예대 총학생회장은 “교수협의회 측에 성명에 참여한 교수 명단 공개를 정식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수협의회가 자신 있게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 명단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강 이후에도 ‘미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서울예대 교수는 “나도 교수협의회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계속 다른 교수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명단 공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서울예대 재학생 C 씨는 지난해 공연을 준비하며 교수들이 전라로 연기할 것을 강요했다는 새로운 내용을 폭로했다. 여주인공 C 씨가 난색을 표하자 교수들은 “벗지 못한다니 배우의 마인드가 안 됐다”, “한국 학생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너무 보수적이다”라며 계속 누드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사공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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