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때 성폭력 고발하는 엄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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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설 페북 ‘스쿨 미투’ 북적
교사에 당한 끔찍한 기억 쏟아내
자녀 새학기 맞아 불안감 호소

“초등학교 1학년 쉬는 시간. 담임교사가 무릎에 앉히더니 몸을 만졌어요. 당시에는 무릎에 앉은 내가 잘못이라고 생각해 아무에게도 말을 못 했습니다.”

3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다. 20여 년 전 자신이 학교에 다닐 때 겪은 피해를 폭로한 것이다. A 씨는 “반 아이들이 그 교사 무릎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기억한다. 30세가 돼서야 어머니에게 고백했다”고 털어놨다.

문화예술계와 대학가에 이어 일반인 ‘미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선보인 스쿨 미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학창 시절 교사에게 당한 성폭력 고발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익명 고발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남자 교사가 뽀뽀를 해 피했더니 강제로 핥았다. 그 교사는 장학사를 거쳐 교육장까지 지냈다. 30년이 지나도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분노를 표했다.


공교롭게 새 학기를 맞으면서 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5, 6학년 딸을 둔 권모 씨(48·여)는 “남자 선생님과는 단둘이 가까이 있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짧은 치마 입겠다는 걸 도저히 말릴 수 없어서 긴 속바지라도 꼭 챙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 3, 4학년 딸을 키우는 김은경 씨(39·여)는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누가 몸을 만지려 하는 걸 가정한 상황극까지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여교사만 있는 학교 없냐” “아이들을 너무 예쁘게 꾸미면 안 된다” 등 불안한 학부모들의 푸념이 올라오고 있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4일 “청소년기에 선생님은 동경의 대상이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상처를 받으면 훨씬 오래 남는다. 만약 성폭력을 당하면 부모에게 쉽게 말할 수 있도록 자녀와 관계 형성을 잘해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교사들 역시 안아주거나 어깨를 만지는 등 과거에 쉽게 했던 행동이 학생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사공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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