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는게 역겹네요”… SNS서 동료판사에 막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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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드러낸 사법부 갈등

“제가 A 판사님, 나대는 행태가 좀 역겹습니다. (추가)조사위 활동 당시 대법원장님 정보원 역할 하셨죠?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자중하시죠. 제가 보기에…, A 판사님은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B 판사의 페이스북 댓글)

“제가 착한 사람 아니란 건 동의하는데, 정보원이라니. 무슨 의미이신지요? -_-??? 양승태 전 대법원장님 정보원이었다는 소리인가요?”(A 판사의 페이스북 댓글)

25일 판사들은 페이스북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 서로를 비아냥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0·2기) 시절 법원행정처의 판사 동향 파악이 드러난 추가 조사 결과가 22일 발표되고, 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 15기)이 24일 고강도 후속조치를 담은 입장을 밝힌 이후 일부 판사의 막말 공방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최근 법원 내부 이슈에 여러 의견을 밝혀온 A 판사는 22일 페이스북에 “하. 법원에 국정원이 있었네. 현 대법원장 책임지라는 언론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런 사법부가 정상이라고 보는 건가? 진짜? 너희들 1970년대로 타임슬립했니? 난 진짜 병신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A 판사는 24일에는 “코트넷(법원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니, 나 진짜 겁내 재치 있잖아!!! 완전 신세대야!!!!”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러자 25일 새벽에 B 판사가 A 판사를 향해 “나대는 행태가 역겹다”고 댓글을 달고, A 판사도 동문서답하는 듯한 댓글을 올려 공방을 주고받은 것이다.

25일 새벽에 두 판사가 달았던 문제의 댓글 두 개는 이날 오전에 삭제됐다. 그 대신 A 판사는 “그나마 페이스북 도배하면서 그 정신적 충격이 많이 해소된 것 같다…저는 (김명수) 대법원장님을 믿는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대법원장님의 사실규명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측면이 크다”며 김 대법원장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판사들은 과거에 의견이 달라도 법원 내부게시판에서 근엄하게 논쟁을 주로 벌였다. 하지만 최근 블랙리스트 논란을 거치면서는 인신공격성 막말 공방으로 치닫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법조계는 법원 내 주류세력 교체를 계기로 그간 조직 내부의 누적된 갈등과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로 분석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전 정권에서 요직을 번갈아 차지하며 세력을 공고히 쌓았던 소수 엘리트 법관들에 대한 반감이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한 법원 내 적폐청산을 계기로 도 넘은 말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자신의 주관을 자주 드러내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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