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미래 세대의 관심이 ‘남극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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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

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는 3일 부산 해운대구 본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남극에 대한 투자는 후손을 위해 서둘러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뒤 회사 깃발은 2012∼2014년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때 가져간 것이다.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의 응원글이 빼곡히 적혀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는 3일 부산 해운대구 본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남극에 대한 투자는 후손을 위해 서둘러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뒤 회사 깃발은 2012∼2014년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때 가져간 것이다.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의 응원글이 빼곡히 적혀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60)의 남극 사랑은 각별하다. 이 대표는 1985년 11월 16일 남극에 첫발을 내디딘 대한민국 남극탐험대 17명의 1인이다. “사진 촬영을 담당해 비행기에서 제일 먼저 내렸어요. 역사적인 순간을 담기 위해 눈부신 설원에 닿은 제 발을 먼저 찍었죠.” 이 대표는 사단법인 극지해양미래포럼과 한국극지연구진흥회 이사를 맡고 있다. 회사명인 남경(南京)은 남극의 수도라는 뜻이다.

당시 남극탐험대원 중 유일하게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지녀 태극기를 안고 남극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한국이 남극에 도달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바닷속 바위틈에 태극기를 꽂고 사진을 찍었다.

탐험대는 36일간 미지의 땅에서 기후 암석 물 얼음 등을 조사했다. 주요 목표인 연구기지 건설을 위해 다른 나라 기지를 찾았다. 출발 전에 의사를 타진했을 때는 방문을 거부하던 소련(현 러시아), 중공(현 중국) 기지도 문을 열어 대원들을 반겼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 광활한 대지에 주인이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자원이 부족하고 영토가 작은 민족에 언젠가 남극이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탐험대의 노력으로 한국은 1986년 세계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이 대표도 체류 경험을 살려 1988년 세종과학기지, 2014년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에 참여했다. 그는 “남극기지를 2개 이상 운영하는 나라는 10개국뿐인데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국제조약에 따라 2048년까지 자원 개발이 금지되고 과학 연구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는 만큼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약 30년 전부터 매년 남극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다닌다. 한 해 30차례 안팎이다. 주로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미래 세대가 남극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질수록 ‘남극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선진국은 남극 연구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는 건 물론이고 때로 대통령이 직접 자국 기지를 방문하거나 공영방송이 새해를 알리는 방송을 남극기지에서 진행하기도 한다”며 “국민이 남극에 관심을 갖도록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하는데 우리는 소극적인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원 개발이 가능해질지 모르는 2048년이 먼 미래라고 머뭇거리다가는 훗날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조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해양수산부가 적극 추진하는 제2 쇄빙선 건조가 완료되면 남극에 길이 1.8km의 암반활주로를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행기로 남극에 가려면 바다얼음(해빙)활주로나 계곡 빙판(빙원)활주로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해빙활주로는 두 달 정도만 이용할 수 있고 빙원활주로도 눈이 자꾸 녹아 상태가 불안정하다.

이 대표는 “장보고기지 근처에 활주로 건설이 가능한 암반이 존재한다는 건 큰 행운이다.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도 제출됐지만 정부는 예산 확보에 소극적인 것 같다. 100년 늦은 남극 연구의 주도권을 한 번에 극복할 방안인 만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는 ‘극지타운’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는 “남극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숨어 있는지, 인류를 위해 어떤 연구가 이뤄지는지 등 남극의 중요성을 알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3년 전 한국해양소년단연맹 단원으로 남극 대륙을 밟았을 때의 그 감동이 여전히 어린 눈빛이 반짝였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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