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구조+드라이비트 공법, ‘최악의 조합’이 제천 화재 참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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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22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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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천 화재 현장(소셜미디어 게시물)
사진=제천 화재 현장(소셜미디어 게시물)
21일 발생한 화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의 스포츠센터 8층 건물은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충북 제천시 하소동에 위치한 이 건물 화재는 이날 오후 3시 50분경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해당 건물은 목욕탕과 헬스클럽, 음식점 등이 있는 복합시설이었다. 화재는 순식간에 2~3층 대중목욕탕과 4~7층 헬스클럽, 8층의 레스토랑으로 번졌고, 2층에서 20명, 6~7층에서 9명이 질식사했다.

건물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전 주차장에서 인부들이 용접 등의 작업을 했다. 발화 상황을 목격한 상점 주인은 동아일보에 “1층 천장에서 작게 시작한 불이 5분도 안 돼 확 번지면서 건물 외벽을 타고 활활 타올랐다”고 말했다.


스포츠센터 건물 1층은 필로티 구조(벽체가 없이,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방식)로 지어졌다. 건물 안에서 봤을 때 사방이 뚫린 필로티 구조에서 1층 출입구는 유일한 탈출구였지만, 1층 주차장에서 처음 난 것으로 보이는 불에서 나온 화염과 유독가스가 1층 출입구로 들어가 유일한 탈출 통로인 계단을 통해 수직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필로티 구조에서 1층 출입구는 외부 공기 유입구이자 화염을 건물 내부로 끌고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 건물 외벽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으로 시공됐다. 드라이비트란,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공법이다. 돌로 외벽을 공사할 때보다 비용이 50% 이상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절반 정도 단축된다. 단, 인화성이 크고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물질로 구성돼 있다.

정상만 공주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2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필로티 구조로 되어 있는 건물이 문제다. 필로티 구조에서 2층으로 바로 불이 올라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문제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스티로폼 양쪽에 시멘트를 덧칠한 단열재로 쓰고 있는 드라이비트가 문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22일 정확한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한 사고 현장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이번 제천 화재로 29명은 숨지고 29명이 부상당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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