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 양 실종사건, 범죄심리학자 “제 3자에 의한 실종 가능성 있어”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10시 42분


전북 전주에서 고준희 양(5)이 실종된 지 한달을 넘어서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을 펼치고 있지만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준희 양이 실종된 지 20일 만에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의붓어머니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의붓외할머니 등을 향한 의심이 불거지는 가운데, 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제 3자에 의해 고 양이 실종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의붓어머니가)아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금세 신고를 했으면 그래도 좀 의심을 덜 받을 텐데 문제는 3주가 지체가 돼서 20일 후에 실종신고를 했다”고 먼저 지적했다.

고 양이 사라진 때는 지난달 18일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 양은 전북 전주시에서 의붓외할머니인 김모 씨(61)와 함께 살았다. 친아버지 고모 씨(36)와 새 어머니 이모 씨(35)는 전북 완주군에서 따로 살았다. 이 씨의 친아들과 고 양이 자주 다툰다는 이유였다. 고 씨와 이 씨가 사실혼 관계인지라 이 씨는 고 양의 법적인 어머니는 아니다.

고 씨와 평소 다툼이 많았던 이 씨는 지난달 18일 어머니인 김 씨에게 “짐을 빼야겠다. 나를 데리러오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같은 날 오전 11시쯤 고 양을 집에 홀로 남겨둔 채 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김 씨는 이 씨와 이 씨의 친아들을 데리고 오후 4시쯤 집에 돌아왔지만 고 양은 집에 없었다.

김 씨와 이 씨는 이를 알고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씨는 이 사실을 지난 8일에야 뒤늦게 경찰에 알렸다. 고 양이 사라진 지 20일 만이었다.

김 씨는 경찰에서 “잠시 내 딸(이 씨)을 데리러 간 사이 아이가 사라졌다. 아이 아빠가 데리고 갔다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딸이 남편과 통화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실종이 되면 보통 한 24시간 이내에 찾기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실종이 되고 나서 거의 20일이 경과했다. 그 사이에 제1가능성은 ‘고의적으로 실종신고를 연기했다’ ‘지연시켰다’ 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가능성은 워낙에 평상시에 방치를 하는 식으로 아이를 관리하다가 집에 안 들어오다 보니 지금 이리저리 시간이 지연됐을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그게 본인 당사자가 주장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도 지금 완전히 배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의로 실종신고를 늦게 했다기보다는 애초에 고 양을 방치하며 키우는 상태에서 실종신고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 새외할머니가 주 관리자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결국은 의붓외할머니다 보니까 새외할머니가 어느 정도까지 이 아이의 양육에 책임을 질 것인지 사실 굉장히 의문이 드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고 양의 법적인 어머니가 아니므로 김 씨 역시 고 양의 법적인 외할머니가 아니다.

이 교수는 “새어머니는 아이를 관리하는 책임이 자신에게 있었노라고 인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실종신고를 할 때, 자폐 진단을 받지 않은 아이를 자폐 증상이 있다고, 그래서 없어졌을 수 있다고 신고를 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고 양의 특성을 보면 친부의 핸드폰 번호를 알 정도로 애가 나름의 영특함이 있다, 이렇게 진술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 양이 무슨 장애가 있어 길을 잃었다거나 이렇게 보기는 좀 어려운 경향이 있다. 또 영특한 아이들이 학대의 상황에 놓이기보다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지금은 다양한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 무조건 이 새어머니에게 자백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좀 다른 가능성, 예컨대 아이가 낮 시간대에 집에서 혼자 나와서 어떤 제3자에 의해서 실종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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