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은 서울 도심 미세먼지 흐름 막는 병풍? 두 달간 측정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2일 2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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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의 한 직원은 최근 북한산에서 영화배우 유해진 씨(48)와 마주쳤다. 2014년 대종상 수상소감에서 “힘든 날 위로해준 북한산에 감사한다”고 했을 정도로 평소 북한산에 애정이 각별한 유 씨는 직원에게 “북한산에 자주 오는데 공기가 탁하다는 말이 있다”며 불안감을 전했다고 한다. 북한산에서 마스크 쓰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정말 그런 걸까?

이런 속설을 증명하는 연구가 처음 나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7월 22일~9월 17일 한국외대 환경학과 에어로졸 연구실과 함께 북한산 남단 능선과 이곳에서 가까운 서울 도심 4곳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측정한 결과 도심 초미세먼지가 북한산 남단으로 흘러들어와 이곳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진은 북한산 남쪽 두 능선 사이에 움푹 들어간 청정지역(승가사 인근) 한 곳과 이곳까지 대기오염물질을 날려 보낼 수 있는 반경 3~7㎞ 사이 서울 도심 4곳(강북구 우이동, 성북구 길음동, 은평구 불광동, 종로구 종로5가)에 측정기를 설치했다. 두 달여 동안 5분 간격으로 초미세먼지 농도와 풍향을 관측해 분석한 결과 도심 4곳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능선 남쪽에 쌓이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나쁨 수준(㎥당 50μg 초과)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동쪽인 종로5가와 남서쪽인 불광동 방향의 영향이 컸다.

다만 초미세먼지 농도가 도심지역보다 높아지지는 않았다. 조사기간 북한산 쪽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당 18.5μg으로 서울 4개 지점 평균(22.4μg)보다 17% 낮았다. 연구진은 “식물이 호흡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을 흡착하면서 농도도 떨어졌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여름이라 이런 활동이 더욱 활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정확한 분석을 위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식물의 흡착활동이 저조한 겨울~봄철에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내년 중 광주 무등산, 대전 계룡산 등 다른 도심산도 연구하기로 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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