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건립 둘러싸고…“빨갱이” vs “원조 적폐”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3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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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 앞에서 ‘박정희 동상 기증 증서’ 기증식이 열렸다.

시민단체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하 동건추)’ 측은 이날 높이 4m 크기의 동상을 기증하겠다는 증서를 재단 측에 전달했다. 이날 행사는 동건추 위원인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조우석 KBS 이사 등이 참석했다.

기증할 동상은 이미 제작이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여론이 거센 데다 서울시로부터 조형물 설치 심의를 받아야하는 까닭에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실물 대신 같은 크기의 ‘동상 현수막’을 내걸고 진행됐다. 좌승희 기념재단 이사장은 “제막식을 할 계획이었지만 기증식으로 불가피하게 축소했다. 서울시의 심의 절차를 밟아 동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도서관 앞 인도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 등 진보 성향 단체가 동상 설치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원조 적폐인 박정희 동상을 서울시민 땅에 세우겠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재단 측이 동상 설치를 강행하면 여러 수단을 통해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식이 진행될수록 동상 설치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사이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면서 행사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나라지킴이모임’ 등 보수단체 300여 명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반대 측을 향해 “빨갱이는 물러나라” “종북 쓰레기” 등을 수시로 외쳤다. 반대 측도 “원조적폐 박정희” “친일파” 등 맞받아쳤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심한 손가락 욕설을 보이고, 몸싸움을 벌이자 경찰 30여 명이 ‘인간펜스’를 만들어 양측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서기도 했다. 양측 집회 참가자 2명은 서로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행사장을 찾았으나 보수단체 회원들이 막아서면서 발길을 돌렸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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