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들어온다” SOS에 긴박했던 야간구조…2명 사망·2명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9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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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9시 40분경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북서쪽 18.5㎞ 해상. 캄캄한 망망대해에서 조기잡이 그물을 내리던 어선 J호(목포선적, 9.77t)가 ‘선체에 바닷물이 들어온다’며 SOS를 보냈다. 마침 3㎞ 밖 바다에서 T호(영광선적, 9.77t)가 조업을 하다 이를 확인했다.

T호 선장 이모 씨(59)는 서둘러 조업을 중단하고 구조에 나섰다. 이 씨는 J호에 친구 장모 씨(59)가 타고 있어 더 애가 탔다. 이 씨는 “J호에서 선체에 물이 들어온다고 SOS요청을 한 뒤 5분 만에 신호가 꺼졌다”고 말했다. 사고 어선 J호가 SOS 요청 5분 뒤 전복된 것으로 추정됐다.

T호는 어두운 밤바다 3㎞를 30분 간 전력 운항해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J호 선체는 뒤집혀 있었다. 전복된 선체 위에 장 씨 등 선원 4명이 매달려 있었다. T호는 사고해역에 그물이 흩어져 있는 것을 감안해 우회해 선체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후 밧줄로 두 배를 연결해 장 씨 등 선원 4명을 20분 만에 구했다. 작은 어선이 서치라이트도 없이 50분 동안 야간 구조작업을 한 건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T호 선원들이 사력을 다한 구조에 J호 선원 4명이 목숨을 건졌다. T호 선장 이 씨는 “생업을 위해 거친 바다에서 일하던 선원들이 구조되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며 안타까워했다. T호는 나머지 선원 4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이어갔다.

전남 목포해경은 추가 수색작업을 벌여 선장 한모 씨(69) 등 2명을 발견했으나 숨져 있었다. 해경은 29일 대형 경비함 3척을 사고해역에 투입해 실종된 선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은 J호가 닻을 내리는 과정에서 갑자기 기울며 기관실에 바닷물이 유입돼 전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해경 한 관계자는 “T호가 신속하게 구조에 나서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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