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年16회 병원 찾아 ‘OECD 1위’

  • 동아일보

스웨덴의 5배… 日 12회로 2위
입원기간-병상수는 두번째로 많아

한국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 중 가장 자주 병원에 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국민의 5배 수준이다. 병·의원 접근성이 높은 이유가 있지만, 가벼운 질환에도 무조건 의사를 찾아가는 ‘과잉 진료’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OECD는 ‘2017년 건강 통계’에서 회원국 국민 1명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를 2015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한국인이 연평균 16회로 1위를 차지했다고 1일 밝혔다. 일본(12.7회) 헝가리(11.8회) 등 2, 3위와 격차가 클 뿐 아니라 OECD 평균(7회)의 2배가 넘는다. 하위권인 스웨덴(2.9회) 미국(3.4회) 노르웨이(4.3회) 국민이 병원에 한 번 갈 동안 한국인은 3∼5번 정도 병원 문턱을 넘는 셈이다.

한국이 이 조사에 처음 참여한 1999년엔 1인당 8.8회로 일본(14.5회) 등에 이어 5위였다. 하지만 진료 횟수가 점차 늘어 2012년 14.3회로 일본(12.9회)을 역전했고, 그 뒤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입원 환자 1명이 병원에 머무르는 평균 기간도 16.1일로 일본(29.1일)에 이어 2위였으며, OECD 평균(8.2일)의 배에 가까웠다.

이처럼 한국인이 병원을 자주 찾는 일차적인 이유는 병·의원을 찾기 쉽고 건강보험 진료비가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11.5개로 OECD 회원국 중 일본(13.2병상) 다음으로 많았고, 평균(4.7개)보다 2.4배로 많았다. 전 국민 중 공적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사람의 비율에서도 한국은 1989년 이후 줄곧 100%에 가깝게 평가돼 독일(89.2%), 칠레(73.2%)보다 높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한국인이 실제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쁘게 평가하는 ‘건강 염려증’ 때문에 과잉 진료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15세 이상 한국인 중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답한 비율(주관적 건강률)은 32.5%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여기에 진료비 원가보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박리다매’ 진료를 일삼는 병·의원의 행태가 합쳐져 불필요한 진료가 많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정부가 수가를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해, 의료계 일선에서는 꼭 병원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2, 3차례 더 불러 손실을 메우려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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