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구위 두 아이… 불꽃에 취한 어른들은 말리지 않았다

  • 동아일보

노량진수산시장 舊시장 옥상서 불꽃축제 구경하다 10m 아래 추락

화려한 불꽃축제 뒤엔… 버려진 ‘양심’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2017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열린 한강공원 일대에는 경찰 추산 85만 명,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의 무질서도 여전해 행사 다음 날인 1일 찾은 한강공원에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뉴스1
화려한 불꽃축제 뒤엔… 버려진 ‘양심’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2017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열린 한강공원 일대에는 경찰 추산 85만 명,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의 무질서도 여전해 행사 다음 날인 1일 찾은 한강공원에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뉴스1
불꽃놀이를 보려고 건물 옥상 환기구에 올라섰던 어린이 두 명이 바닥으로 추락해 크게 다쳤다. 사고 장소는 출입이 제한된 곳인데 관람객이 몰리자 개방했다가 사고가 났다. 현장에 어른 수십 명이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1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2017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열린 지난달 30일 오후 7시경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옥상 환기구 덮개가 파손되면서 배모 양(7)과 조모 양(11)이 추락했다. 배 양 등은 약 10m 아래 수산시장 바닥으로 떨어졌고 머리와 팔다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두 아이는 각각 부모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다 높이 약 1m, 지름 157cm 정도의 환기구에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환기구 덮개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곳은 노량진수산시장 구(舊)시장 옥상이다. 1971년 지어진 건물로, 옥상의 절반가량은 주차장으로 쓰인다. 나머지 공간에는 환기구 30여 개가 설치돼 있다. 주차장에서 사고 장소로 가려면 철제 계단과 1.3m 높이의 펜스를 지나야 한다. 지난해 3월 신(新)시장이 문을 연 뒤 평소 주차 인원을 제외하고 옥상 출입이 통제됐다.

불꽃축제 당일 노량진수산시장 안팎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수산시장은 이른바 ‘불꽃축제 명당’이다. 축제 전날 오후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텐트까지 동원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김덕호 수협 노량진수산㈜ 경영기획부 과장은 “매년 불꽃축제가 열리면 평소 인파의 10배 이상이 시장에 몰린다”며 “이번에도 신시장 주차장 3∼5층과 잔디밭, 구시장 주차 통행로 등이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옥상 입구 세 곳에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제거하고 일부 출입을 허용했다. 자칫 사람들이 밀려 사고가 날 수 있어서다. 현장에서 일부 시민은 경찰에게 “왜 옥상으로 못 가게 하느냐”며 출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옥상을 개방하면서 불꽃놀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주차장 쪽 난간에 경찰관 6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환기구 쪽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어린이 2명의 추락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건물 옥상의 파손된 환기구에 경찰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어린이 2명의 추락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건물 옥상의 파손된 환기구에 경찰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아이들이 올라갔던 환기구 덮개는 불투명 재질이다. 낮에도 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두울 때는 내부가 뚫려 있는 걸 육안으로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환기구 근처에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 표시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있었고 출입 통제를 수차례 했기 때문에 시장 측에 관리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불꽃축제는 올해 15회를 맞았다. 그러나 일부 관람객의 무질서는 여전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는 경찰 추산 85만 명,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찾았다. 축제 시작 전부터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는 돗자리를 편 관람객에게 점령당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일부 관람객은 사진을 찍기 위해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었다.

쓰레기 문제는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원 계단과 통행로 가로등 근처마다 어김없이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 서울시 환경미화원과 주최 측 자원봉사자 700여 명이 동원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축제 직후 만난 자원봉사자 김모 씨(30)는 “나눠준 쓰레기봉지를 펴보지도 않고 그냥 바닥에 버린다”며 “밤을 새워 치워도 모자랄 것 같다”며 한숨쉬었다. 축제장을 찾은 김민영 씨(29)는 “다신 한강에 오지 않을 것처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랐다”며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불꽃축제 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과태료를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불꽃축제 현장에 버려진 쓰레기는 약 75t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2015년(약 65t)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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