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청년주택’ 주민 반발에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청년 1인가구 위한 준공공임대주택
“풍기문란 행위-아동범죄 우려” 창전동 주민 5000명 반대 서명
市, 입구 설계 바꾸고 층고 낮춰

‘청년포비아(청년혐오증)’일까. 서울 마포구 창전동 벽에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다. 창전1구역 재건축조합 제공
‘청년포비아(청년혐오증)’일까. 서울 마포구 창전동 벽에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다. 창전1구역 재건축조합 제공
서울시가 청년 주거난 해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일부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면에는 청년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랜드는 올 상반기 마포구 창전동 19-8번지에 있는 자사 사옥 터에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기 위해 사업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과의 거리가 약 200m에 불과한 요지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재건축을 하고 있는 창전1구역 조합이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조합 측은 “청년주택 반대 서명에 주민 5000명 넘게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년주택이 들어서면 교통난이 심화되고 일조권도 침해받는다며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도 한다.

서울시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승수 서울시 역세권계획팀장은 “청년주택 입주자는 승용차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 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일조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17층으로 계획했던 청년주택 두 동의 층고를 각각 16층, 10층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반대의 속사정은 따로 있다. 청년이 동네로 대거 몰려드는 것에 대한 주민의 거부감이다. 최형철 창전1구역 조합장은 “조합에서 기부채납 방식으로 인근에 어린이공원을 조성하는데 여기에서 청년들이 술, 담배를 하거나 연인끼리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초등학생도 많이 사는 곳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에서 청년주택 입구를 어린이공원과 다른 방향으로 바꿔 설계하도록 했지만 반대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역 근처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19∼39세의 청년 1인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는 준(準)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시에서는 용도지역을 종(種)상향해 용적률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민간사업자는 주거면적의 10∼25%를 시에 청년 공공주택용으로 기부채납한다. 나머지도 민간사업자가 주변 시세의 90% 수준으로 청년층에 우선 공급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에 반대하는 각지의 민원 중에는 청년의 풍기문란 행위나 아동 및 청소년 자녀들에 대한 범죄 우려가 가장 많다. 시 관계자는 “주거단지와 인접한 모든 역세권 청년주택 대상지에선 청년들로 인해 동네가 위험해진다는 민원이 쏟아진다”며 “이런 인식은 설계 변경이나 편의시설 제공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14일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옆 성동구 용답동 233-1번지에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기 위한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고시하면서 지난해 7월 서울시가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 약 1년 만에 역세권 청년주택 대상지 44곳 가운데 4곳(3786채)의 사업인가가 완료됐다. 17곳(7491채)은 인가 절차를 밟고 있고 23곳(5668채)은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올해 1만3000채의 인가를 마치고 2019년까지 1만5000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포비아(혐오증)’의 여파가 걸림돌이다. 청년주택을 짓기 위해 준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하려면 시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야 한다. 시의회가 이를 보류하면 사업 진행이 어렵다. 서울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주민 표심을 고려한 시의원들의 반대로 사업에 차질이 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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