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재 한국 총영사 A 씨의 폭언이 잦아지자 비서는 지난해 3월부터 녹음기 버튼을 눌렀다. 2015년 12월 채용돼 일을 배우기 시작한 초반부터 불호령이 다반사로 떨어졌다. 일본어는 잘하지만 일처리가 서툴렀던 게 죄라면 죄였을까. A 총영사는 비서가 실수할 때마다 감당하기 힘든 막말을 퍼부었다.
“넌 미친 거야. 넌 머리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아유 미친 × 저걸 진짜 죽여 살려, 두뇌 검사를 해야 돼 너”…. 이 정도는 기본이었다. 장애인에 빗대 “장애인을 고용한 게 아니라 장애인 학교 같아, 공관이”라고 했고, 심지어 “널 죽이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어”라는 말도 했다.
A 총영사는 볼펜을 던지거나 티슈 박스로 손등을 때려 멍들게 하는 등 폭행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서는 “너 정신병 있는 것 같으니 정신병원엘 가보라”는 인격 모독적 발언을 듣고 그길로 정신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6개월간의 가료를 요하는 정신불안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제보를 접수한 외교부 감사관실의 설득 끝에 비서는 “보복을 당하지 않으면서도 A 총영사를 처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1년 반 동안 수집해 왔다”며 길이만 20시간에 달하는 40여 건의 폭언 녹음파일과 진단서 등을 제출했다.
외교부는 8일 재외공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갑질’ 피해에 대한 집중 신고를 받은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앙징계위원회에 A 총영사에 대해 중징계 의결 요구를 했고, 대검찰청에 상해·폭행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A 총영사는 이르면 11일 직위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A 총영사는 폭언 행위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총영사는 최근 한국으로 소환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전자항공권을 메일로 제때 보내지 않는 등 센스가 부족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화가) 쌓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 외에도 현 공관에 재직 중인 행정직원과 이전 총영사 비서 또한 “10년 넘게 일하면서도 개념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래?”와 같은 막말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非)외시 출신인 A 총영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2월 공관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개방형 직위로 공모했던 외교부 부대변인(국장급)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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