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탓에 놀림 받던 ‘대변초’ 54년 만에 개명…새 이름은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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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5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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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변초등학교 제공
사진=대변초등학교 제공
‘변기초등학교’라고 놀림 받던 부산 기장군 대변(大邊)초등학교의 이름이 54년 만에 용암(蓉嵒)초등학교로 변경되는 가운데, 개명에 주도적 역할을 한 대변초 학생부회장 하준석 군이 소감을 전했다.

하준석 군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용암을 마그마로 놀림 받을까봐 약간 걱정했지만 그래도 저희 옛날 마을 이름이니까 괜찮다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하 군은 “해파랑, 도담, 차성초등학교 등 후보들 중에 용암초등학교로 바뀌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운동 경기를 위해)다른 초등학교에 갔을 때 학생들이 변기초등학교라 놀리는 걸 사회자가 못 놀리게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끝으로 “열심히 서명 받으러 다녀서 드디어 이름이 바뀌었는데 내년부터 용암초등학교 학생으로, 새 이름으로 열심히 학교 다니자”라고 친구들에게 소감을 전했다.

대변초는 기장군 대변리라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한글 발음이 대변(大便)과 동일해 부정적 이미지를 주었다.

이에 하준석 군은 올해 2월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교명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은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하 군은 부회장에 당선됐다.

이후 대변초는 교명변경을 총동창회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고 지난 3월 9일 교명변경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하준석 군 등 대변초 학생들과 추진위는 재학생·졸업생을 비롯해 학부모, 일반인 등 약 4000명의 교명변경 동의서를 받아냈다.

마침내 8월 30일 해운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대변초등학교교명자문위원회에서 교명변경 안건이 만장일치로 심의·가결되면서 용암초로 교명변경이 결정됐다. 용암은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직전까지 사용되던 대변 지역의 옛 이름이다.

이로써 1963년 기장국민학교 대변분교에서 대변국민학교로 독립한 지 54년 만에 교명을 변경하게 됐다.

현재 대변초는 해운대교육지원청에 교명변경을 신청한 상태다. 이후 부산시교육청 교명심위위원회를 거쳐 부산시의회 조례 개정 절차를 거쳐야 교명변경이 확정된다.

강경민 대변초 교무부장은 “학생들의 건의가 가장 컸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있어서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언제 변경이 확정될진 모르겠지만 내년 3월부터 변경된 교명을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준석 학생 이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노력했다”며 “이가영, 위준우 학생 등 교명변경의 숨은 영웅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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