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에 자살한 교사 부인 “‘야자’ 하기 싫은 학생들 거짓말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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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17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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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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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학생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다 자살한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 교사의 부인 A 씨가 “학생들은 뭣도 모르고 체육 선생님한테 속아 성추행 신고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 씨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신고서를 작성한) 학생들이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며 사유서를 작성해 교육청에 제출도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A 씨는 “억울하고 분하고…살아 생전 그 모습들이 자꾸 떠올라 잠을 잘 수도 없다”며 입을 열었다.

A 씨에 따르면 남편이 근무하던 학교는 부안시 면 소재지에 있는 남녀공학 중학교로, 현재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체육 교사가 재직하던 부안 읍의 한 여자 고등학교와는 다른 곳이다.

A 씨는 지난 4월 처음으로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상황에 대해 “학생들끼리 선후배 간 다툼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체육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고, 국어 선생님이 1학년을 먼저 귀가시킨 일이 있었다”며 “우리 애기 아빠는 거기에 전혀 관계가 없었고 그저 그날 야간 자습 담당 지도교사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학생들이 1학년이 귀가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애기 아빠가 야간 자습을 빼준 뒤 귀가하도록 조치를 취한 줄로 알고 오해를 했다“며 “그래서 학생들이 미운 마음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다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중에 한 학생이 야간 자습 때 휴대폰을 쓴다고 지적을 받았다”라며 “그래서 선생님에 대한 미운 마음에 선생님이 친구 허벅지를 만졌다, 폭언을 했다는 등 이런 거짓말을 했다. 그 과정에서 체육 선생님이 그걸 듣고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 가만히 있어라’고 한 뒤 교장선생님한테 성추행으로 신고해야 되겠다고 얘기를 한 것”이라며 성추행 신고 과정을 설명했다.

A 씨는 학생들의 신고서 작성 과정과 관련 “애기 아빠가 학생들 어깨를 토닥거리며 칭찬해 주고, 복 달아난다고 무릎 떨지 말라고 툭툭 쳐준 그런 부연 설명은 싹 빼고 언제, 어디를 손댔느냐 하는 신체 접촉에 관한 내용만 쓰라고 했다”며 학교 측의 부적절한 처사를 지적했다.

아울러 “그런데도 인권센터에서는 모든 신체 접촉을 부적절한 것으로 봤다”면서 “(학생들의 탄원서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인권센터에서는 학생들이 자존감이 낮아서 성추행을 당하고도 모를 수 있다고 하더라”며 남편의 직위 해제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다.

A 씨는 남편이 목숨을 끊기 전날을 회상하며 “모욕감, 치욕감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성 문제로 얽혀서 오명을 쓰면 당신도 성희롱범의 가족이 되는 것 아니냐”며 괴로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나를 부처님 같은 미소로 지그시 쳐다보더니 가서 좀 자라고 하더라”며 “그렇게 나를 재워놓고 어머님을 찾아가 식사를 했다. 이후에 학교를 가서 자기 짐을 싹 정리하고, 집에 돌아와서 책상 위도 가지런히 정리를 했더라”며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끝으로 A 씨는 눈도 채 감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남편에 대해 “얼마나 억울하고 한이 쌓이셨으면…”이라며 심경을 전했다.

앞서 11일 A 씨는 한 포털 사이트에 “부패한 교육행정과 오만한 학생인권센터가 제 남편을 죽였다”는 글을 게재해 남편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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