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일본 전 계열사에서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21시 48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일본 롯데 계열사의 모든 이사직에서 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1948년 일본에서 창업한지 70년 만에 법적으로 그룹에 관여할 자격이 완전히 사라졌다.

동아일보가 18일 일본 법무성에서 확인한 등기부등본과 롯데그룹 측 설명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올해 3월 말 지바롯데마린스 이사직에서 퇴임했고 지난달에는 롯데홀딩스(24일)와 롯데리아(29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일본 롯데 계열사 15곳에서 신 명예회장이 이사로 등록된 곳은 ‘제로’가 됐다.

이 중 롯데홀딩스는 한국 호텔롯데 지분을 19%가량 보유하고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 지바롯데마린스는 신 명예회장이 성공한 ‘징표’로 여기며 각별한 애착을 보였던 야구단이다. 1971년 인수 당시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정에 걸리자 종업원지주회를 만들어 자신의 지분을 넘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때 만들어진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2년 전 ‘형제의 난’을 초래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부터 한일 롯데 계열사의 이사직에서 순차적으로 퇴임하면서 그룹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롯데제과에서 퇴임했고, 6월에는 일본 ㈜롯데, 롯데물산, 롯데부동산 등에서 물러났다. 또 한국 호텔롯데를 소유한 L투자회사들과 모회사 격인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의 등기이사에서도 모두 퇴임했다.

올 들어선 한국의 롯데쇼핑과 롯데건설 등에서 이사직을 잃었다. 이제 이사로 남은 계열사는 양국을 통틀어 8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롯데알미늄 한 곳뿐이다.

지난해 8월 한국 법원은 신 명예회장의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고, 지난달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그룹 내 법적인 지위를 유지할 명분도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이번 일본 계열사 주총에선 신동빈 회장과 그의 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전 롯데캐피탈 사장 등이 연임하거나 새로 이사직을 맡아 ‘신동빈 친정체제’가 한층 굳어지게 됐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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