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가도, 애견카페엔 못가는 진돗개

  • 동아일보

“성질 사나워 사고 우려” 출입제한… 일부선 암컷-새끼만 들여보내
견주들 “훈련시켜 잘 노는데” 불만

“진돗개는 사나워서 안 될 것 같아요.”

지난달 말 전북 전주시의 한 애견카페 직원은 안모 씨(21·여)의 애견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안 씨가 데려간 반려견은 1년 된 진돗개였다. “진돗개는 사고 날 가능성이 있어 애견카페 출입을 제한한다”는 말이었다. 결국 안 씨는 반려견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천연기념물 53호이고, 역대 대통령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퍼스트 도그’ 진돗개가 이처럼 대부분의 애견카페에선 찬밥 신세다. 영리하고 주인 말을 잘 따르지만 수렵 본능이 있어 다른 반려견에 비해 근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본보 취재 결과 서울지역 애견카페 21곳 중 14곳은 진돗개 입장을 단칼에 거절했다. 나머지 7곳 역시 성별과 나이, 중성화 여부 등을 따져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주로 암컷이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진돗개가 애견카페 입장에 성공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39·여)는 “진돗개는 서열 경쟁이 심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진돗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른바 ‘견(犬)종차별’이라며 불만이다. 대부분 애견카페가 맬러뮤트와 허스키 등 진돗개보다 큰 반려견의 입장은 허용하기 때문이다. 안 씨는 “현재 키우는 진돗개는 생후 한 달부터 애견카페에 다니며 다른 개와 노는 법을 배웠다”며 “이제껏 한 번도 다른 개를 문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도 (애견카페 측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차제남 전남 진도군 진도개사업소장은 “타고난 품성이 야생적인 건 있지만 지금은 어릴 때 사회화를 통해 인명구조견이 되기도 한다”며 “진돗개라고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청와대#애견카페#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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