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촌, 창업기지로… 꿈부푼 ‘신촌밸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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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 창업오피스텔’ 1호점 10월 문열어

숙박업소들이 늘어선 서울 신촌역 근처 모텔촌. 서울시는 이곳의 모텔을 매입해 청년들의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숙박업소들이 늘어선 서울 신촌역 근처 모텔촌. 서울시는 이곳의 모텔을 매입해 청년들의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술 취한 듯 비틀거리던 커플이 주위를 잠시 살피더니 건물로 들어간다. 길 건너 술집에서는 젊은이들이 게임을 하며 왁자지껄 술을 마시고 있다. 드문드문 화려한 유흥주점 간판도 눈에 띈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인 2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근처 ‘모텔촌’의 풍경이다.

분위기 좋은 유흥가로만 평가받던 신촌역 모텔촌이 청년들의 창업기지로 변신한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10월 신촌역 근처에 3층짜리 모텔(연면적 348m²)을 개조한 ‘청년 창업오피스텔’ 1호점이 문을 여는 데 이어 추가로 모텔 3곳이 창업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청년 창업오피스텔은 50여 개에 이르는 신촌역 모텔 중 일부를 서울시가 매입해 청년 창업 지원시설로 활용하는 것이다. 청년 창업가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사무실로 쓸 수 있다.

청년 창업오피스텔 1호점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8개 팀, 총 20명의 청년 창업가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곳에 입주한 청년 창업가들은 최대 2년간 관리비만 내면 되기 때문에 주거난과 업무공간 부족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 중에는 이처럼 창업가들이 소규모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작한 경우가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이며 결과에 따라 추가 매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모텔 3곳은 총 연면적 2000m² 규모로 매입 가격은 약 11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공간 중심의 창업 지원’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시간을 창업에만 매달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주방이나 회의실 등을 공유하는 입주자들이 언제든지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협업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 창업오피스텔은 업무공간 부족, 임대료 부담 등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청년 창업가들의 부담을 낮추면서 지역 창업공동체문화를 이끄는 신개념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신촌을 ‘창업 밸리’로 만드는 데 청년 창업오피스텔을 마중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에서도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테헤란밸리’(강남구 테헤란로 인근 지역) ‘G밸리’(구로·가산디지털단지) ‘홍합밸리’(홍익대·합정) 등 창업 밸리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신촌은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몰려 있음에도 그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관춘(中關村)에는 창업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신촌에 가면 취기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뼈아픈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관춘은 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 등 명문대가 몰려 있는 중국 최대의 대학가다. 제2의 알리바바나 텐센트, 바이두를 꿈꾸는 이들로 북적인다. 세계 최대 창업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 역시 스탠퍼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유수 대학 근처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신촌 모텔촌의 변신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홍합밸리와 최근 빈 상점을 창업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이화여대 앞 상권까지 이어지는 대학 창업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서대문구는 이화여대 앞 상권의 빈 점포를 창업 공간으로 쓰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를 조성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수한 대학생들이 창업 지원의 핵심 대상이 돼야 한다”며 “이 지역 대학 창업 네트워크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우수 인재가 유입되는 창업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신촌#모텔촌#창업#신촌밸리#청년 창업오피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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